“수많은 군기를 하늘 가득 날리면서 강을 마주하여 술 따르며, 긴 창 비껴들고 시를 읊조리니, 일대의 영웅이 아닌가.”

소동파는 ‘적벽부’에서, 위·촉·오 영걸 가운데 유독 조조만을 노래하고 있다. 조조는 시문에 뛰어났다. 조조의 4대 절창 핵심구절은 삼국지 명장면으로 떠오른다.

건안 12년(207) 5월, 조조는 오환의 군사를 정벌하러 나섰다. 그해 9월, 원소의 군사를 격파하고 갈석산을 넘다 말을 세워 읊은 ‘망망대해를 바라보면서’는 온 천하를 품어안을 듯 웅혼한 기상이 넘친다.

“가을바람 소슬히 불어오니/ 큰 파도 용솟음치네/ 끝없이 운행하는 해와 달/ 마치 망망한 바닷속에서 솟아오르는 듯/ 찬란한 은하수/ 그 안에서 떠오르는 듯.”

별빛 희미한 달밤 까막까치는 남쪽으로 날아가는 걸 잊어버린 듯 나무숲 주위를 맴돌고만 있다. 둥지 틀 가지를 찾지 못한 것일까? ‘단가행’은 짧은 인생을 슬퍼하며 섬길 주군을 찾지 못한 젊은 인재를 모아 천하평정 열망을 노래한다.

“술 마시며 노래 부른다/ 인생을 살면 얼마나 사는가/ 아침이슬과 같으니/ 지난날 숱한 괴로움이여/ 젊은 서생들/ 내 마음 알 길 없네/ 다만 그대들로 인하여/ 이제껏 깊은 시름 잠겨 있었네/ 달 밝은 밤 별빛은 희미하고/ 까막까치는 남쪽으로 날아가네/ 나무를 돌고 돌아 몇 번을 맴돈들/ 어느 가지에 의지할 수 있으리/ 산은 높음을 싫어하지 않고/ 바다는 깊음을 싫어하지 않네.”

‘거북이는 오랜 산다지만(龜雖壽)’은 진취적 노익장 기상을 생동감 넘치게 노래하여, 무수한 지사들의 피를 들끓게 한 수작이다. 숨어 있는 날쌘 제비 같은, 만고풍상 겪은 노장군 기운(氣韻)이 잠겨 있어 고풍스러우면서도 웅장 처연한 격조를 보인다.

“늙은 천리마 마구간에 엎드려 있어도/ 마음은 천 리를 달리고/ 열사는 나이 들어도/ 비장한 웅지 꺾이지 않는다네.”

삼국지에서 조조는 최고의 시인이다. 그와 어깨를 견줄 만한 이는 그의 아들 조비와 조식 정도일 것이다. 조씨 일가가 삼국지의 시단을 독점했다고 할 수 있다.

만년의 시 ‘정렬(精列)’은 생명 본체가 늙어 끝내 산산히 부서져 흩어지는 죽음을 노래한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의 살 날이 많지 않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어 읽은 이 또한 깊은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다.

“생물이 처음 태어난 것은/ 조물주가 빚어낸 것이니/ 끝이 없는 것 없어라/ 끝이 없는 것 없어라/ 성현도 피할 수가 없으니/ 어찌 그 일로 근심하리오?”

조조는 그의 진수를 잘 드러내지 않다가 한순간 사람의 의표를 찌른다. 인간적 매력이나 친화감 없이, 뛰어난 용병술이나 냉혹한 법집행으로 삼국지의 패자가 된 조조가 아니다. 전략이나 법으로만 천하를 호령하기란 불가능하다.

조조의 숨은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인재를 아끼는 열망, 상상을 초월한 지략과 현실성이 넘치는 발군의 인간경영 철학이었다. 그의 시문은 ‘시경(詩經)’의 전통을 이어받아 참담한 사회상을 직시하며 민중의 고통을 아파하는 격앙된 감정을 표현하는가 하면, 영웅다운 대업의 웅지를 펼치고 있다.

모택동은 조조를 비상한 인간 통찰력으로 소의(小義)에 얽매이지 않고 대의(大義)에 진력한 정치가로 평가했다. 자기 코드에 맞지 않는 정적이라도 능력에 따라 중용을 서슴지 않는 삼국지 최고의 인물로 높이 샀다.

(고정일·동서문화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