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는“연재 당시는 재미없다고 놀리던 동료 만화가 강성수씨가 만화‘드래곤 헤드’주인공 인형을 완결 기념으로 선물해줬다”면서“격려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a href=mailto:leedh@chosun.com>/이덕훈기자 <

"제 결혼식 때를 제외하면, 5년 동안 단 한 번도 연재 펑크가
없었어요. 자존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스스로도 참 잘 버텼다 싶네요."

얼굴은 초췌했지만, 윤태호(34)의 눈은 형형했다. 지난 99년 12월부터
격주간 만화잡지 '부킹'에 연재했던 만화 '야후'를 총 106회로 마친
후였다. 이달 말이면 학산문화사에서 마지막 단행본인 제20권이 묶여
나올 예정이다.

이제는 검색엔진으로 더 유명한 '야후'는 원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인간을 닮은 동물의 이름. 작가는 이 상징적인 제목 속에 보일러
수리공이었던 아버지를 건물 붕괴사고로 잃은 김현과 바로 그 건물주인의
아들인 신무학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작가의 육성으로 들은 이
작품의 주제의식은 "분노와 비겁함에 대해 눈 돌리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보기". 그는 김현과 신무학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아현동 가스폭발사고 그리고 2002년 월드컵까지 우리의
현대사를 되새김한다. 그리고 이 사회의 밑바탕에 뿌리박고 있는
부조리와 치욕스런 사건·사고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면서 우리의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비겁함'에 메스를 들이댔다.

"구상단계부터 정해놓고 있던 이 주제를 연재 중간에 놓치지 않겠다는
게 가장 큰 목표였어요. 그래서 매회 연재분을 그릴 때마다 다시
처음부터 제 작품을 한 장 한 장 읽어가며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야후'의 '5년 궤적'은 독자들의 환호와 상복으로 이어졌다. 20권이
출간되는 동안 그의 작품은 잡지 '부킹' 내에서도 인기순위 상위를
놓치지 않았고, 자신의 결혼식 다음달에는 문화관광부가 시상하는
'오늘의 우리만화상'의 기쁨도 함께 누렸다.

그는 단행본 8권을 그릴 때의 추억도 기억 속에서 끄집어냈다. "주인공
김현이 오토바이를 타고 강원도로 '자살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에피소드를 위해 직접 오토바이를 가진 친구를
수소문해 함께 취재여행을 떠났죠. 그때 찍은 필름만 50통이 넘어요.
자료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지난 2000년 11월 자신의 결혼식 때를 제외하면 한 달에 60여 쪽을
꼬박꼬박 그려냈던 '바른생활 만화가'였지만, 연재를 마친 지금
그에게는 아쉬움도 많다. "스스로 생각해도 스토리나 그림에서 점점
밀도가 떨어진다고 느꼈을 때는 그냥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어요.
격주로 돌아오는 '마감'이 지옥 같았죠. 하지만 그때 그만뒀다면
지금까지도 후회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 탐욕스런 작가는 벌써 새 작품구상을 위한 자료조사에 여념이
없다고 했다. "내용은 아직 비밀이지만, 이번에는 제 인터넷
홈페이지에만 연재되는 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야후'에 쏟아주셨던
애정만큼, 이번에도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