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나귀와 암말이 교배해서 낳은 노새는 저희 암수끼리 새끼를 낳지
못하는 가엾은 일대(一代)동물이다. 프랑스에서 정관수술한 사람을
'노새인생'으로 빗댄 이유가 이에 있다. 이 노새의 철천지원이 풀렸다.
지난 월말에 나온 미국과학지 '사이언스'에 복제 기술로 노새를
낳게하는 데 성공, 노새의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평야가 많은 서양에서는 빨리 달리는 말을 치지만 산이 많은 동양에서는
끈기있고 힘이 센 노새를 쳤다. 중국의 명산 태산(泰山) 북쪽 기슭에
백라장군묘(白 將軍墓)로 불리는 노새무덤이 있는데, 당나라
현종(玄宗)이 태산에 제사지내고자 산 밑에 이르자 인근 백성이
상서롭다는 흰 노새를 바쳤다. 이를 타고 오르는데 평지보다 편하게
부지간에 정상에 이르렀고 제사를 마친 뒤에도 편안하게 하산, 임금을
내려놓고는 조용하게 숨을 거두었다.현종은 충성을 가상하게 여기어 장군
호칭을 내리고 무덤을 격에 맞게 쓰게 했다. 고문헌들을 종합하면 노새는
아무것이나 가리지 않고 잘 먹고, 급변하는 기후도 잘 견디어내며, 힘도
센 데다가 꾸준하여 아무리 먼길도 가파른 산길도 피곤함을 보이지
않으며, 병도 나지 않는다.

이솝우화에 같은 무게의 짐을 지고 가는 노새와 나귀 이야기가 있다.
이솝시대에도 노새는 나귀보다 곱절로 먹이를 먹였던지 나귀가 저보다
곱절이나 먹으면서 짐무게가 같다는 것에 불만을 품었다. 나귀가 지쳐
처지자 나귀의 짐을 덜어 노새에게 얹었다. 갈수록 나귀가 지쳐 처지자
조금씩 옮겨 실은 짐이 모조리 노새 등으로 옮겨갔다. 이에 노새는
나귀를 바라보며 '너보다 두 배의 먹일 값어치가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는가' 했다. 노새의 운반력에 대한 평가는 동서가 다르지 않았음을
미루어 알 수가 있다.

문헌 '오잡저(五雜 )'에 보면 노새는 한나라 때 흉노땅에서 들여온
것으로 말과 노새를 방사 섞어 살게한 데서 드물게 나온 것으로 말보다
곱절 비싸게 팔렸다 했다. 특히 흰노새의 간은 만병통치로 금값을
웃돌았다 했으며 라자군( 子軍)이라는 노새군단을 만들어 연전연승했다는
기록도 있다. 신라 성덕왕 때 신라에서 김장손이라는 사신으로 하여금
일본에 노새 두 마리를 선물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역사도 유구하며 나라의 동맥인 역마(驛馬)로 주로 부려져
내렸던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