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냐, 기술이냐.
민속씨름은 올해부터 각종 지역대회에서 지역장사를 폐지하고, 체급별 장사만을 가리고 있다. 체급 제한이 없는 지역장사 결정전은 사실상 몸무게가 가장 무거운 백두급의 잔치나 마찬가지라는 게 지역장사 폐지의 이유. 실제로 왕년의 천하장사 이만기(인제대 교수) 이후 체중 제한이 없는 백두급 선수를 모래판에 눕히고 최고봉에 오른 한라장사는 그동안 전무했다.
하지만 4일부터 이틀 동안 경북 경산시 자인면 계정숲 야외경기장에서 펼쳐지는 2003세라젬배 자인 단오장사 씨름대회서는 덩치 큰 선수가 작은 고추에게 무너지는 짜릿한 장면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에 이어 번외 대회로 펼쳐지는 이번 대회에 한라급(105㎏)과 금강급(90㎏)이 통합됐기 때문이다.
물론 한계 체중이 15㎏이나 무거운 한라급 선수들이 유리한 게 사실. 그렇지만 다양한 기술을 자랑하는 금강급 선수들은 "이 정도 체중 차이는 백지 한장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금강급에선 '리틀 이만기' 장정일(현대중공업)과 '넘버 투' 이성원(LG투자증권), '소년장사' 김유황(현대중공업) 등이 한라봉을 흔들 기대주다. 올해 민속씨름 데뷔와 동시에 금강장사를 두차례나 차지한 장정일은 평소에도 한라급 선수들과 스파링을 가질 정도로 황소같은 힘을 자랑한다. 한라급에서 감량한 이성원과 지난달 보령 대회서 처음 금강봉을 정복한 김유황도 눈여겨 봐야한다.
이에 맞서는 한라급 선수들은 "기술이라면 우리도 뒤질 게 없다"라고 응수한다. '변칙기술의 달인' 모제욱(LG투자증권) 뿐만 아니라 '뒤집기의 마술사' 김용대(현대중공업), '미남 샅바꾼' 김기태(LG투자증권) 등은 "이겨도 본전이지만 힘보다는 기술로 맞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스포츠조선 류성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