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80년대 음악다방 DJ가 40대 중년의 나이에 인터넷방송 DJ로 변신,
흘러간 시절의 올드 팝을 들려주며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인포머셜업체(케이블TV에서 홈쇼핑 방식으로 광고하는 기업)
코리아홈쇼핑이 운영하는 인터넷방송 '파워 스테이션'에서 DJ로
활동하는 강정식(46)씨. 그는 70~80년대를 풍미한 음악다방 DJ출신이다.
20여년이 흐른 지금, 강씨는 담배연기 뿌연 음악다방의 한 모퉁이 대신,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게시판에 뜨는 청취자들의 '쪽지'를 받아서
신청곡을 틀어준다. 음악다방 DJ에서 인터넷방송 DJ로 모습은
바뀌었어도, 그가 들려주는 음악은 전혀 세월의 나이를 먹지 않았다.

"저처럼 70~80년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세대는 나이 들어도 여전히
70~80년대 정서를 안고 갑니다. 동시대를 보낸 그들이 서로 얼굴은
몰라도, 컴퓨터 앞에 앉아 제가 틀어주는 음악에 귀기울이며 은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요."

강씨의 삶은 한 마디로 '팝 키드(pop kid)의 생애' 그 자체다. 중고교
시절을 온통 팝송에 미쳐 지냈고, 음악에 빠져 대학도 못마쳤다. 강씨는
자신의 사춘기 시절을 "팝을 먹고 자랐다"고 표현했다. 중고교 시절,
공부는 뒷전인 채 친구들끼리 우르르 몰려다니며 전축 틀어놓고 춤추고,
가발쓰고 음악다방을 전전하는 '골칫덩이' 학생이었던 것.

"어머니 속 꽤나 썩혔죠. 어머니가 빨래방망이로 제 LP판을 탕탕 두들겨
부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래도 음악이 너무너무 좋은 걸
어떡합니까? 평생 DJ박스에 앉아 음악만 들으며 살겠다고 생각했죠."

이 '팝 키드'는 고 3때 교복 입고 DJ 생활을 시작했다. 첫 데뷔 장소는
동네(금호동) 음악다방이었지만, 군대 다녀온 후로는 광화문
'석궁다방', 이대 앞 '투마로우', 신당동 '늘봄다방' 등 서울시
전역을 누볐다. 74~83년까지 군 복무 3년간을 제외하면 7년간을 음악다방
DJ로 살았다. 스무살 때 별명이 팝송 1만곡을 안다고 해서 '만곡이'.
하지만 다방과 분식점까지 퍼져나갔던 음악다방 DJ가 시들해지고 80대
중반 디스코텍 DJ가 각광받자 강씨는 DJ 일을 그만뒀다.

그래도 음악과의 끈을 놓은 적은 없다. 1983년 '월간 팝송'에 입사해
기자 겸 음악칼럼니스트로 활동했고, 일요신문, 토요신문, 국민일보
주간부 기자를 거쳐, 워너뮤직 코리아의 음반 기획부장을 지냈다.
1984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 '황인용의 영팝스'에 팝음악 해설가로
10년 넘게 출연했으며, 1996년 SBS FM 개국 후 자신의 이름을 딴
'강정식 남궁연의 스트레스 제로' '강정식의 논스톱 파워'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숙영의 FM 대행진'을 비롯, 방송작가로도
10여년간 활동했다.

직업도 갖가지였던 강씨의 현 직함은 케이블채널 '리빙TV'의 MC 겸
전문위원. 음악프로그램이 아닌, 엉뚱하게도 '낚시가 좋아' '강정식의
낚시여행'이라는 낚시프로그램 2개를 진행한다. 낚시가 취미였던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어린 시절부터 익힌 낚시 실력이 수준급인
덕분이다. 그러다가 최근 '마음의 고향' DJ로 되돌아온 것이다.
코리아홈쇼핑이 문화마케팅의 일환으로 인터넷음악방송을 열고 강씨를
DJ로 모셔온 것.

"첨단 문명 덕을 톡톡히 봅니다. 음악다방은 사라졌어도 집에서, LP판은
아니지만 MP3로 올드팝을 들려주지요. 무선인터넷이 더 발달하면,
낚시프로그램 찍으러 추자도 가서 파도소리와 함께 올드팝을 들려주는
'이동 DJ'가 될 날이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