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미국프로농구)의 귀공자 그랜트 힐(30)은 2000~2001시즌을 앞두고 7년 동안 9300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디트로이트 피스톤스에서 올랜도 매직으로 옮겼다. 하지만 올시즌까지 그가 코트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고작 47경기. 디트로이트 시절이던 지난 2000년 플레이오프에서 왼쪽 발목을 다쳐 4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던 그는 벤치에 앉아있거나 병상에 누워 3년치 연봉 3260만달러를 거저 먹은 셈이다.

또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는 무릎 부상의 여파로 올시즌 내내 유니폼 대신 환자복을 입었던 테럴 브랜던(32)의 구좌에 연봉 1020만달러를 꼬박꼬박 입금했다. 부상으로 출전이 어려운 선수에게도 연봉을 지급해야 하는 구단으로선 답답할 따름이다. 이런 연유로 NBA 구단들은 '부상 보험(Disability insurance)'에 가입해 경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지난 1월 NBA는 2003~2004시즌까지인 미국의 보험회사 '트러스트마크(Trustmark)'와의 보험 계약을 3년간 연장했다.

9·11 테러 이후 미국 보험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와중에도 프로스포츠와 관련된 보험 상품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NBA 구단들은 보험을 단순한 위험회피 차원을 벗어나 중요한 경영기법으로 인식하게 됐다. 특히 부상 보험의 경우 연봉의 상당부분을 보험사가 대신 내주기 때문에 구단들은 앞다퉈 가입하고 있다. 부상 보험은 선수가 동일한 부상을 이유로 정규리그 82경기 가운데 절반 이상 출전하지 못할 때 지급되는데 올랜도는 힐의 부상으로 최근 3년 동안 1500만달러의 보험금을 챙겼다. 그사이 올랜도가 보험회사에 낸 보험료는 30만달러. 보험으로 대박을 터뜨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해 전부터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도 우승 보험이 등장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목돈이 들어갈 우승을 염두에 둔 소극적인 보험이다. 이젠 구단의 가장 큰 재산인 선수들의 부상에도 적극적으로 대비할 시대가 됐다.

( 스포츠조선 류성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