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엔 가족용 애니메이션을 극장에서 구경하기 힘든 줄 알았는데
디즈니가 잊지 않고 또 신작을 내놨다. 10일 개봉하는 '보물성'.
원제가 'Treasure Planet'이니 보물성(寶物星), '보물의 별'쯤 되는
이 작품은 루이스 스티븐슨의 고전 '보물섬'을 우주공간의 스펙터클
SF액션으로 바꿔 놓았다.
어른들 속이나 썩이던 외로운 소년 짐 호킨스(그의 우수에 찬 표정은
명백히 제임스 딘의 얼굴이다)가 우연히 보물의 존재를 알아내 떠나는
모험의 여정이야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 작품의 재미 역시
스토리에 있지는 않다. 그보다는, 낯익은 중세적 이야기를 우주
SF활극으로 변주하는 재치, 3차원 컴퓨터 그래픽을 대거 채책한 우주의
장관(壯觀), 각양각색 캐릭터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작품의 중심부에
앉혀놓고 있다.
'보물성'을 관통하는 색다른 스타일은 과거와 미래의 사이좋은
어깨동무다. 미래가 배경인 '스타워즈'가 광선검으로라도 검술을
펼쳐야 직성이 풀렸듯, '보물성'도 18세기적 우아함에 대한 그리움을
21세기적 공간에 구현한다. 모험 공간은 우주인데도, 타고 가는 것은
돛이 펄럭이는 중세풍 범선이다. 보물지도는 황금빛 구형체로 된 공모양
보물구슬이 됐지만 해적 깃발은 여전히 검정 바탕에 흰색 무늬. 다만
X자로 그렸던 뼈 조각은 행성 궤도모양으로 바뀌었다. 디즈니에겐 흑청색
SF공간은 역시 체질에 맞지 않았던 모양인지, 우주공간인 '이리시움'도
푸른 하늘 빛이고 물과 공기가 있어 숨쉴수 있는 곳이다.
이 퓨전 공간에서 빚어지는 캐릭터들 원맨쇼가 볼만하다. 해적 존 실버는
갈고리 손대신 첨단 기계장치가 총집합한 사이보그 팔을 지녔다.
주방에선 양념 다지기부터 썰기, 자르기 등등을 다하는 만능
조리기구이고, 적과 싸울땐 도끼, 칼에서 권총까지 튀어나오며 관객을
즐겁게 한다. 공중에 동동 떠서 신발에서 물고기까지 무슨 모양으로도
변하며 장난을 치는 핑크빛 귀염동이 '모프'도 코믹 활극의 분위기를
돋운다. 실제 미니어쳐 세트에 빛을 비춘 듯한 느낌을 가상현실 세트
기법을 동원해 빚었다는 3차원 컴퓨터그래픽은 어린이판 스타 워즈를
보는 듯 웅장 화려하다. 그림 스타일엔 미국 팬터지-어드벤처 이야기책의
삽화 스타일(이른바 브랜디와인 화풍)을 빌어 가족영화 다운 따뜻한
색감을 보여준다. 황금-보석 더미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용솟음치는
라스트 신이 장관이다. 인물들 목소리는 유명 배우들이 더빙했다. 특히
천체과학자 도플러 박사와 커플이 되어 로맨틱한 에피소드를 역는 용감한
여선장 아멜리아의 당찬 목소리는 영국 명배우 에마 톰슨의 것이다.
드림웍스 '쉬렉'같은 참신한 파격은 없지만 노소 함께 즐길만한 무난한
가족용 애니메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