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민법 개정안에는 국민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만한 내용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기본법인 민법이 개정될 경우 관련 법률들의 개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여 그 파급효과가 사회 각 방면에 미칠 전망이다. 다음은 주요 내용이다.
◆근저당 관련 규정의 세분화(357조 1~11)=현행 근저당 관련 규정은 단 1개 조문으로 근저당 계약시 날짜와 채권 최고액만을 표기하도록 돼 있어서 채권자인 은행들이 이를 악용할 소지가 많았다. 채무자가 채권을 변제하지 못할 경우 채무자에게 보증을 선 제3자에게까지 은행이 보증 책임을 물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피담보채권의 범위를 특정하도록 해 무제한적이고 포괄적인 근저당을 금지하도록 했다.
◆포괄적인 근보증 금지(448조 2~4)=지금까지 기업체의 임원들은 회사의 불법행위 등으로 발생한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을 통해 퇴직 후에도 무제한 기간에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개정안은 이를 금지하고 보증 기간을 약정 후 3년(근보증인의 동의가 있으면 2년 연장 가능)으로 제한했다.
◆사정 변경의 원칙 신설(544조 4)=현행 민법은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대원칙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현저한 사정 변경’이 있어 계약의 유지가 명백히 부당한 때에는 계약 수정 요구가 가능하도록 했고, 상당 기간 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계약의 해지도 가능하도록 했다.
IMF사태와 같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인해 집값 폭락, 회사 경영난 등이 발생할 경우 임대차 계약이나 고용 계약 등을 당사자들이 사후에 조정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개정안은 땅 주인이 도급 계약으로 지은 신축 건물에 하자가 있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를 신설(668조)했다. 종전에는 손해배상 소송이나 보수 청구만이 가능했다.
◆경계선 침범 건축에 대한 규정(242조2)=이웃이 자기 땅을 침범해 건물을 지었을 경우 현재는 기한의 제한 없이 아무 때나 자기 땅을 넘어선 부분을 철거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토지 소유자가 고액의 보상금을 받아내는 수단으로 악용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
개정안은 이웃이 고의나 큰 잘못 없이 경계를 침범한 경우 토지 소유자측에서 토지 침범 후 1년 이내에 소송 등으로 이의 제기를 하지 않았을 때는 원칙적으로 철거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했다.
또 토지 소유자가 토지를 사용할 때 토지 사용에 영향을 받는 이웃이 인정하는 경우라도 ‘사회 통념상 상당한 경우에만’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217조 2~3) 했다. 이는 일정한 한도를 넘는 환경문제 등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토지 사용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재산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여행 계약(674조 2~9), 중개계약(692조 2~5)=여행사나 결혼 중개회사 등의 일방적인 약관 규정에 따른 횡포로 인한 피해가 많았던 게 현실이었다. 여행 계약의 경우 단체여행객들이 여행사를 상대로 감액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었다.
개정안은 여행사의 담보책임·귀환 운송 의무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여행 계약에 관한 규정을 신설해 이를 보완했다. 또 결혼 중개회사는 성공 보수 명목의 중개료를 받지 못하게 하는 등 피해자 보호 규정을 계약시 포함시키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