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20여㎞ 떨어진 충남 연기군 남면 종촌리 성남고등학교. 전교생
652명의 이 조그마한 농촌의 인문계 고교에서 지금 대담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중국과 일본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국제행사 '제1회
한·중·일 동아시아 청소년 축제'가 21일 개막한 것이다. 농촌의
학생·교사들이 몇 달간 머리를 맞대며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날 오후 2시 '연기 문화예술회관'. 중국 학생들이 바이올린과 함께
비파 등 중국 고전악기를 연주하자, 일본 학생들은 전통무용으로
화답했다. 마지막으로 성남고 연극영화과 1·2학년생들이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공연을 끝내자 세 나라의 청소년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세 나라 청소년들의 환호 속에서, 3학년 이현주(18) 학생은 "도시
학교에서도 못할 일을 농촌에 사는 우리들이 해냈다고 생각하니 너무
자랑스럽다"며 "중국·일본 친구들이 우리 문화를 흠뻑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남고 학생·교사들이 국제 행사를 기획한 것은 지난 4월 중순. 일본
미에현(三重縣) 쓰(津)상업고등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학생들은
작년 말 교류를 텄던 중국 안후이성(安徽省) 허페이(合肥市)
'미래지성(未來之星) 학생 예술단'을 떠올렸다. "이들을 하나로
묶으면 축제가 되겠다"는 생각.
경비 등 풀어야 할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대중(金大中·31) 교사는 "1·2학년 학생들이
홈스테이(민박)를 제의하고, 수시 1학기에 합격한 3학년 학생들이 진행
요원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지난 7월 중국 허페이시 학생 예술단, 자매결연을 한 일본
쓰상업고에 축제를 알리는 공문을 보냈고, 두 나라에 각각 12명, 8명의
학생들을 초청할 수 있었다.
도완석(都完錫·50) 교감은 "작년에 주위의 반대를 물리치고
연극영화과와 애니메이션과를 신설하며 학생들이 문화 행사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된 것도 큰 몫을 했다"고 말했다. 성남고는 작년 이후
충남 지역에서 '성남 예술학교'로 불릴 정도로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21일 밤 한국 친구들과 캠프 파이어, 댄스가요제 등을 함께 한 중·일
학생들은 22일엔 연기군의 중·고등학교가 함께 참가하는 연합 축제에서
자신들의 솜씨를 선보일 예정이다. 개막 공연에서 플루트를 연주한 중국
허페이시 제48중학교 쑹원팅(宋文 ·16)양은 "한국 농촌의 가을 풍경이
너무 깨끗하고 아름다워 다른 어느 곳에 공연 갔을 때보다 기분이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