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저술가로 첫 발을 디딘 이은희씨는 “쉽고 재미있는 책들을 꾸준히 써서 과학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다 ”고 말했다.<a href=mailto:join1@chosun.com>/조인원기자 <

'1976년에 2.2㎏의 미숙아로 탄생. 태어나자 마자 인큐베이터 신세를
졌지만 열심히 자라서 1995년 연세대 생물학과에 입학. 대학원에서
신경생물학 전공. 현재 기업체 연구원으로 일하는 중…. 아직 경험이
일천한지라, 프로필이라고 해봐야 별것이 없군.'

이은희(26·㈜태평양 의약건강연구소 연구원)씨는 가슴 설레는 첫 책의
자기소개를 이처럼 싱겁게 썼다. "대학원 졸업하고 지난해 초 사회에
첫발을 디딘 햇병아리니 어쩌겠어요? 하지만 경험이 많아야만 책을 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궁리 출판사)는 생물학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학원 재학중이던 1999년 7월부터 인터넷에 '하리하라'라는 아이디로
생물학 사이트를 운영하다 그곳에 연재하던 글을 책으로 묶었다. 책에는
생명 탄생과 노화, 유전자와 진화, 남녀와 성의 진화, 호르몬의 오묘한
세계, 질병과 면역, 바이오테크놀러지 등 6개 분야에 대해 쓴 36편의
재미있는 생물학 이야기가 실려 있다. 특이한 것은 생물학의 세계를
설명하는 각각의 글 머리에 신화(神話) 이야기가 실려 있다는 점.

"정자와 난자의 만남으로 생명이 탄생하는 것, 엄마의 양분을
빼앗으려는 태아와, 아이를 이물질로 여기고 배척하는 산모의 거부반응
현상 등은 창조를 다룬 카오스 이야기나, 자식을 죽인 어머니 알타이아의
신화와 놀랍도록 일치해요."

그는 어려서부터 신화책이라면 닥치는 대로 읽어대던 신화 매니아였다고
한다. '하리하라'도 인도신화에서 따왔다. 중학생 때 참가한
학생탐구발표대회에서 전국2위를 차지한 뒤 관심은 생물학으로
옮겨갔지만 과학 속에서 다시 신화를 발견했다.

"신화가 다루는 세계는 생물학이 다루는 세계와 놀랄 만큼 일치하고
있어요. 게다가 신화는 글쓰기 재료로도 유용해요. 우선 재미있죠.
딱딱한 과학 이야기를 쉽게 풀어 쓰는데도 신화는 도움이 많이 됩니다."

흔히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이질적으로 생각하지만 이씨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아름답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신화와 생물학의 공통된
관심사였으며, 사회학적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다이어트
파동의 주인공 이영자씨나 성전환 연예인 하리수씨 등의 사례도 신화와
생물학, 사회학적 지식을 동원해 입체적으로 접근한다.

그는 "많이 알지는 못해도 재미있게 말하는 재주는 있다"고 말했다. 그
재주를 살려 칼 세이건같은 대중적인 과학 저술가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이 책은 그런 꿈을 이루기 위한 첫 시도이다. "학생 때는
최재천 교수님 책을 좋아했어요. 최근에는 정재승씨가 젊은 과학저술가로
주목받고 있지요. 그런데 다 남자라는 것이 자존심 상해요. 그래서 제가
도전한 거에요." 그는 이미 두 권의 새책을 준비에 들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