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합과 무한의 이론을 발전시켰던 19세기 수학자 칸토어.

●무한의 신비

애머 액젤 지음 / 신현용 등 옮김 / 승산 / 1만2000원


고등학교 수학 시간에 배웠던 ∞ 기호를 기억하십니까? "밤하늘의
무수히 많은 별들을 헤아리며"라든가 "무한한 우주의 저 건너편에"
등의 표현처럼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무한(無限; infinity)이란 인간이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불가사의한 개념으로 인식되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무한이란 무엇일까?" 질문을 해보았으리라. 그
결과, 철학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에서 무한은 경외의 대상이 되어 왔다.
수학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기원전 450년쯤 고대 그리스의 제논이
제기했던 '이분법' 문제와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달리기 경주'
문제는 2000년 넘게 수학자들을 괴롭혔다.

그래서 ‘수학은 무한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제논의 역설에 관한 신비는 칸토어(Georg Cantor:1845~1918)가 집합과
무한에 관한 이론을 발전시켰던 19세기가 되어서야 풀렸다. 모든 분야의
선구자들이 그러했듯이 무한의 연구로 인하여 칸토어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을 겪게 된다. 타고난 자유 성향과 집착력으로 무한의 신비를
탐험해 나가면서 칸토어 자신의 삶 전체는 폐허로 변하는 대가를 치른다.

'무한의 신비'는, 천재 수학자의 일대기를 다룬 '뷰티풀 마인드'를
번역했던 역자와 출판사가 펴낸 것이다. 수학자 칸토어가 일생을 통하여
무한의 신비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렸다. 저자 액젤은 칸토어의 종교적
성향 분석을 통하여 그의 무한에 관한 탐구 과정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유대 신비주의인 카발라와 몇몇 종교에 관련된 부분은 다소
피상적이지만 이 책의 주제에 손상을 입히는 정도는 아니며, 집합론을
포함한 수학 기초론에 관련된 내용은 일반 독자들도 큰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는 정도. 때문에 수학 전공자들에게는 다소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

이 책은 칸토어의 일대기로 생각하고 읽기보다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무한에 관련된 수학사적 이야기를 칸토어를 중심으로
재구성한다는 관점으로 읽으면 편하다. 이 글 앞머리에서 언급한 수학의
선조들이 무한을 두고 고민했던 이야기, 힐베르트의 '무한 호텔',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그의 강박증',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라 1'이
되는 이야기 등이 칸토어의 삶을 다룬 전체 흐름 속에서 마치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구성이 주제의 초점을 다소
흐리게 하는 흠이 될 수도 있겠지만, 수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에게는 오히려 지루함을 잊게 해주는 청량제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골치 아픈 수학 내용을 하루 만에 읽어 내려갈 만큼 쉽고
재미있게 쓴 게 장점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수학자들의 머리 속과 2000년 이상 인류를 괴롭혀 왔던
무한의 개념에 대한 이해를 경험할 수 있으리라 본다. 현대 수학의
기초와 더불어 철학적 관점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됨 또한 적지 않은
소득이라 할 수 있다.

(황선욱·숭실대학교 수학과 교수·한국창의력교육개발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