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세트플레이에 의한 득점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한국대표팀에도 새로운 세트플레이 전술의 개발과 집중연마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분데스리가 바이에르 레버쿠젠의 제 호베르투가 샬케 04와의 경기서 왼발 프리킥을 쏘는 장면.

사상 첫 16강을 노리는 한국 월드컵팀이 지난 2일 서귀포에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이제부터 월드컵팀의 최대 과제는 최상의 컨디션 유지와 조직력 극대화다. 그동안 해외파 선수들이 들락날락해 조직력을 다질 짬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따라서 한국은 그동안 평가전에서 정교한 세트 플레이에 의한 득점이 거의 없었다. 세트 플레이에 의한 득점력 배가는 한국의 월드컵 16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히딩크 감독도 지금부터의 훈련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세트 플레이는 선수들간 '약속'에 의해 득점이 이루어지는 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한 반복훈련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세트 플레이 훈련은 '보안유지'가 상당히 중요하다. 히딩크 감독이 부분적으로 훈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도 세트 플레이 작전의 노출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축구는 프리킥이나 코너킥에 의한 득점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시원한 돌파에 의한 파괴력있는 득점도 팬들을 매료시키지만 톱니바퀴 돌아가듯 한 정교한 세트 플레이에 의한 득점 또한 월드컵 무대를 달굴 게 뻔하다.

집중분석을 통해 세트 플레이를 해부해 본다.

◆세트플레이의 중요성

개인기에 의한 돌파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일까.

최근 월드컵 경기에서의 전체 득점 중 세트 플레이에 의한 것이 30%를 상회하고 있다. 90년 이탈리아월드컵 때 총 115골 중 세트 플레이에 의한 골이 무려 43골로 37.39%나 됐으며, 94년 미국월드컵에선 141골 중 46골로 32.62%였다.

그러나 98년 프랑스월드컵 때는 전체 171골 중 무려 68골(39.8%)이 세트 플레이로 탄생, 비중이 40%에 육박했다. 특히 90년대 이후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하다. 따라서 세트 플레이에 의한 득점력 배가가 승부의 관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코너킥보다 프리킥이 득점 가능성 높다

94년 미국월드컵 때 코너킥에 의한 득점은 총 114골 중 겨우 7골로 5%에 불과했다.

그러나 98년 프랑스월드컵 때는 171골 중 21골이나 돼 12.3%로 상승했다. 하지만 사정권내에서의 프리킥에 의한 득점은 전체득점의 32%(94년), 27.5%(98년)로 코너킥에 비해 훨씬 위협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코너킥보단 프리킥이 전술을 전개할 수 있는 각도가 넓어 수비예측이 어렵고 공격측에선 다양한 공격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코너킥은 왼쪽이 득점가능성 높아

코너킥에 의한 득점 중 수비측 왼쪽에서 이루어진 경우가 57.1%이고, 오른쪽에서 성공된 경우가 42.9%로 왼쪽이 오른쪽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인간의 신체 구조적인 특성에서 찾고 있다. 두발로 직립운동을 하는 인간은 왼발은 지지력을, 오른발은 추진력을 가진 특성 때문에 수비측 왼쪽에서 이루어지는 코너킥 때 수비수들이 무의식적으로 전진수비를 펼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골문앞 수비가 허술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오른쪽 코너킥의 경우는 지나칠 정도로 수비수들이 골문에 운집해 있어 왼쪽에 비해 득점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낮고 빠르며 회전이 많이 걸린 코너킥이 효율적

수비측 왼쪽에서 코너킥을 얻었을 때는 왼발로 볼을 그라운드쪽으로 휘게 차는 게 득점 확률이 높았고, 오른쪽에서 코너킥을 할 때는 오른발로 차는 게 득점이 많이 됐다.

특히 코너킥은 높은 포물선을 그리는 센터링성 킥보단 낮고 빠르며 회전이 많이 걸린 경우에 득점 가능성이 높았다. 그 이유는 그렇지 않는 경우보다 상대 GK의 발을 묶어놓아 상대적으로 GK의 행동반경(Work-Area)을 최소화 함은 물론 공격자가 볼의 방향을 바꾸기가 유리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너킥의 목표지점은 반대편 골에어리어 모서리가 가장 좋아

코너킥은 짧은 것 보단 약간 긴 것이 유리하게 나타났다.

킥이 짧은 경우 슈터는 볼의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인위적으로 강한 슛을 해야 한다. 이런 경우 슈터는 마지막 순간 골문을 등져야 하는 까닭에 역동작으로 슛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그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킥이 길면 골문으로 쇄도하는 슈터가 GK의 움직임은 물론 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한 가운데 슛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프리킥은 기상천외한 발상이 최고

프리킥이 코너킥보다 득점력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오프사이드 위험성이 높은 게 걸림돌이다.

따라서 프리킥은 한두번의 원터치에 의해 강한 슛으로 연결돼야 그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만큼 상대 수비벽과 GK의 판단을 현혹시키는 기상천외한 발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프리킥은 수비측이 예측 가능해서는 득점력이 떨어진다. 상황에 맞게 상대를 교란시키지 못하면 아무리 득점력이 높은 프리킥도 한낱 킥에 불과한 것이다. 때문에 치밀한 작전과 함께 정확한 킥으로 수비를 혼비백산케 하는 전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유의할 점

세트 플레이란 '약속'이다.

따라서 반복훈련으로 에러를 수정해 갈 수밖에 없다. 아주 짧은 시간내에 정확성-신속성이 요구되는 만큼 선수들간 의사소통이 생명이다. 반면 실패했을 경우에는 상대의 역습이 용이한 상황이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수적이다.

한국은 지난달 27일 중국과의 평가전서 무려 12개의 코너킥을 얻었으나 단 하나도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채 0대0으로 비기고 말았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히딩크 감독이 어떤 아기자기한 세트 플레이를 창조해 낼지 기대된다.

< 스포츠조선 김의진 대기자 ej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