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우가 할머니 드리기 위해 꾸러미에 초코파이를 넣는 장면.

산골 외할머니와 도시에서 온 손주가 사랑을 발견하는 영화
'집으로…'(감독 이정향)가 21일 현재 전국 관객 150만명을
넘겼습니다. 순제작비 15억원으로, 요즘 한국 영화치곤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들여 만든 영화여선지 흥행 성공에 따른 뒷얘기가 적지 않습니다.

'집으로…'엔 아이의 로봇 인형에서 초코 파이까지, 참 많은 일상 속의
물건들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들 중엔 영화 속에 협찬사 상품을 넣는
마케팅 기법 PPL(Product Placement) 계약을 맺은 것은 하나도 없다고
하네요. 초코 파이 제과업체와 생수업체가 현물을 협찬한 게 전부고,
일정 비용을 대는 계약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영화사야 제작비
부담을 덜기 위해 비용지원을 받고 싶었겠지만, 스타는 커녕 이름 알만한
조연 배우 하나 등장 않는 '소규모' 영화라고 다들 고개를 저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상전이 벽해되듯, 영화가 대박을 터뜨리면서 영화 속에 나오는
상품 제작사들이 뒤늦게 무릎을 치나봅니다. 일곱살 손주,
상우(유승호)가 갖고 노는 로보트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주사위 모양
큐빅으로 이뤄진 이 로보트는 국산 애니메이션 '큐빅스' 주인공입니다.
순수 국산 캐릭터를 고집한 이정향 감독이 큐빅스를 영화 속에 넣기로
결정했지만, 지난해 촬영 당시만 해도 시제품만 나와 있는 상태라,
영화사는 '큐빅스' 판권을 갖고 있는 대원 C&A측에 수제품 제작을
의뢰, 개당 250만원을 주고 2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젠 처지가
바뀌어, 대원 C&A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시네픽스측이 오는 5월 중 대량
시판될 로보트 완구 광고에 '집으로…' 장면을 넣기 위해 영화사와
협의 중이라는군요.

상우 엄마가 친정어머니에게 드린 영양제는 촬영 스태프들이 현장에서
그냥 구해 소품으로 쓴 경우입니다. 딸이 준 약을 먹지않고 보관해뒀던
할머니가 몸져누운 이웃 할아버지에게 갖다주는 장면에서 또 나오지요.
이 상품 제조사 D사는 "전국의 약사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줄 방법이
없겠냐"고 영화사에 물었다는군요.

또하나 바짝 관심을 보이는 곳은 '프라이드 치킨'업계랍니다. 상우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을 사달라고 할머니에게 조릅니다. 할머니는
손수 닭을 잡아 백숙을 만들죠. 한 치킨 브랜드에서 공동광고를
제안해왔다는 군요.

혼자 사는 할머니 방에 손가락 만한 바퀴벌레가 나오자 질겁을 한 상우가
"에프킬라 어딨어, 어딨냐구"라 소리를 지르는데, 이 대사 한마디
덕분에 원래 CF모델 출신인 유승호는 영화 개봉 후 에프킬라 광고에
나오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PPL 하나 없이 시작한 '집으로…' 제작 관계자들은 개봉 이후
'뒤늦게' 즐거운 일들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