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주의 영화가 대거 개봉된다.』 새 봄의 한국영화계 소식을 전하는
이 보도문에서 사용한 「작가(auteur)」라는 표현은 시나리오나
촬영대본을 집필하는 작가(writer)가 아니라 창의적인 영화감독을
지칭하는 비평용어다.
영화사의 초기에는 영화를 독자적인 예술양식으로 인정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단지 과학기술이 결합된 신기한 장난감, 문학과 연극의
압도적인 영향 아래 놓여있는 하위예술 혹은 대규모의 스튜디오 시스템
속에서 집단적으로 만들어내는 조립물 등으로 보는 시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1950년대에 프랑스에서 작가라는 개념이 등장한 이후,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생각이 보편화되었다.
작가론은 이전까지 내용 위주이던 영화 비평을
카메라·조명·연기·미장센 등 테크닉과 스타일의 차원으로까지
확장시키고, 알프레드 히치코크 등 이전까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개성있는 감독들을 예술적으로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 반면 영화를
감독 개인의 창작물로 귀속시키는 작가론의 낭만주의적인 약점을
시스템에 대한 연구 등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찍부터 대두되어
왔다.
'생활의 발견'(홍상수), '집으로…'(이정향), '복수는 나의
것'(박찬욱) 등 장르적 관습을 따르기보다는 감독 개인의 형식적
스타일과 세계관이 두드러지는, 이른바 '작가주의' 계열의 영화가
한꺼번에 개봉된다는 것은 한국영화의 예술적 지평이 넓어지는 긍정적인
조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김소희·영화평론가 cwgod@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