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세 종류의 눈으로 완성되는 매체다. 화면 안에 있는 배우들의
시선, 그 화면을 보는 관객의 시선, 그리고 배우와 관객을 연결시켜 주는
카메라의 시선이 그것이다. 영화감독은 매 순간마다 카메라의 시선을
어떤 방법으로 사용할 지 결정해야 하는데, 그 방법을 시점(point of
view)이라고 부른다. 소설에 일인칭과 삼인칭 시점이 있는 것처럼, 영화
역시 주관적인 시점과 객관적인 시점을 통해 표현된다.
객관적 시점은 카메라가 눈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 속에 개입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이 경우 관객은
카메라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 채 마치 연극무대를 바라보는 듯한
거리감을 유지하게 된다. 반대로 주관적 시점은 카메라가 극중 인물의
눈이나 마음이 된 것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예컨대 방 안에 들어선
주인공의 눈을 대신하여 카메라가 방 내부를 좌우로 훑어보는 듯이
촬영하거나, 빠르게 걸어가는 주인공의 눈으로 바라본 거리풍경을
이리저리 흔들리며 찍는 방법은 주관적 시점의 가장 뚜렷한 예이다. 모든
영화는 객관적 시점과 주관적 시점을 다양하게 섞어서 사용하게 된다.
1920년대 독일 표현주의 영화는 인물의 복잡한 내면 심리를 외적으로
드러내는 주관적 시점을 본격적으로 발전시켰다. 페미니즘 영화이론은
화면 안팎에 존재하는 여러 개의 시선들이 남성 중심적인 이데올로기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이론적 통찰을 제공한다.
( 김소희·영화평론가 cwgod@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