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에 기복 신앙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대부분 사찰에서 행해지고 있는 방생 법회(위사진)와 각종 기도 등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어긋나는가가 논의의 촛점이다.

기복신앙은 비불교적인 것인가? 백일기도·방생법회·영가천도·각종
불사 등 대부분 사찰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기복적인 행사들이
불교의 가르침에 맞는가를 둘러싼 논쟁이 불교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들 행사가 사찰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스님보다는 재가 불자
지식인들이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홍사성 불교평론 주간은 '불교와 문화' 1·2월호에 실린 '기복신앙은
불교가 아니다'라는 글에서 "부처님이나 보살을 신과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그 앞에서 복을 비는 것은 모든 존재가 인과 연의 상관
관계에 의해 생겨난다는 연기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불교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홍 주간은 "불교 신자의 9할 이상이 복을 빌기 위해 절에 나오고
있으며, 사찰도 이를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심지어
택일·작명·관상·사주 등 점복 행위조차 '포교의 방편'이란
이름으로 이상해 보이지 않는 것이 한국 불교"라고 개탄했다. 그는 또
"부처님은 구복의 방법으로 선행을 통한 작복을 강조했지
기복을 말한 적은 한번도 없다"며 "기복신앙을 구차한 논리와
현실적 이유를 들어 옹호할 것이 아니라 과감하게 버려야 정법이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박영록 충주대 교수(중문학)가 '불교평론' 제9호에
실린 ''기복불교를 말한다'를 말한다'라는 글을 통해 반박하고
나섰다. 박교수는 "기복신앙의 토대는 민간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미륵신앙·정토신앙·관음신앙 등 '타력신앙'이며 이는
대승불교 경전들도 권장하고 있다"며 "이는 절대자에의 귀의나
자력의 포기가 아니라 선배에게 조력을 구하는 것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을 경주하면서 나머지 부분에 대해 의지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또 "기복과 작복·공덕의 구별은
학자들이나 하고 있는 것이지 일반 불자에게 기복 행위는 공덕 짓기의
일부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성태용 건국대 교수(철학)는 제19차 불교포럼에서 '기복 불교,
제대로 하자'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성 교수는 "현실에서 복락을
구하는 기복 자체는 불교의 근본 목적과 배치되지 않지만 목적과
방법에서 잘못된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 문제"라며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복락을 추구하는 목적을 당장 고치려다가는 대중적 신행의
원동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우선은 기복의 방법을 불사
위주에서 자비의 실천·중생에 대한 희사 등으로 바꾸어나가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를 위해 "불교계의
중지를 모아 객관적 기준에 따른 '복 채점표'를 만들어 보급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