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대만의 WTO(세계무역기구) 가입이 거의 동시에 확정됨으로써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도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은
애초부터 중국이 먼저 WTO에 가입한 뒤 곧바로 대만이 가입해도
무방하다고 표명해온 만큼, 하루 시차를 두고 양측이 WTO에 가입한 것은
중국 뜻대로 진행된 셈이다.
WTO 가입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기존 교역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치적인 의미는 작지 않다. 특히 중국의 견제로
국제무대에서 주권행사를 제대로 못해온 대만은 비록 국제적 위상 제고에
큰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만이 앞으로 WTO 회원국들과
대등하게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 것만도 외교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천수이볜 대만 총통이 "WTO 협상 시스템을 이용해 양안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의한 것도 이런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그러나 "WTO 가입 후에도 양안 교역은 중국과 단독관세구역 간의 교역에
불과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고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양안의 WTO 가입은 중국의 대(대)대만 수출을 더욱
촉진시킬 전망이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대만도 WTO 규정에 따라 시장
개방을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에서 앞선 중국 상품들이
대만으로 몰려들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대만은 자국으로 올 외국
투자가 중국으로 방향을 선회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WTO
가입이 양안 교역에 주는 충격은 어차피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대만의
대중국 투자액이 300억 달러에 이르렀을 만큼 양안 교역관계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이른 데다, 쌍방의 정치적 갈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경=여시동특파원 sdye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