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이 구치소 직원,재소자와 사형수들에게 강론을 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들어서고 있다. <br><a href=mailto:choish@chosun.com>/최순호기자 <

「내가 대구 주교를 할 때 사형집행을 참관했는데 집행 도중
기구가 부서지는 바람에 사형수가 아래로 떨어졌다. 다들 사람(사형수)이
어디갔냐고 궁금해하는데, 사형수가 웃으면서 다시 나타나 자기 죽을
사형대가 수리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참관하는 사람들은 너무 마음이
아팠는데, 사형수는 오히려 내게 시간이 몇시냐고 물으면서 30분 후에는
하늘나라에 가서 주교님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하더라. 그 장면을 잊을 수
없다.」

김수환 추기경이 26일 서울구치소(소장 박영태)를
방문한 자리에서 밝힌 사형집행 목격담이다. 추기경은 이날 오전 오전
10시 30분 200여명의 재소자와 7명의 사형수가 참석한 가운데
서울구치소에서 미사를 집전하기에 앞서 구치소 관계자들과 환담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추기경의 사형제도에 대한 관심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러차례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했고,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추기경은 이날 환담에서 『사형집행을 해서 범죄억제
효과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범죄가 줄어들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
『생명존중이라는 가치관에서 보면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이 기여하는
것』이라고 했다.

추기경은 이날 미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7명의 사형수와
점심을 들며 이야기를 나눴다. 앞서 미사에서는 『하느님 앞에서는 모두
죄인이며 스스로를 죄인으로 인정하는 사람을 하느님이 사랑하시고,
여러분이 찾는 모든 것이 다 하느님에게 있다』고 강론했다.

추기경을 수행한 차형근 변호사는 『추기경님이 신부 서품을
받고 첫 임지가 대구 교구 교정사목이었을 만큼 재소자들과의
인연이 각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형제도 폐지와 관련한 지론
역시 개인적인 체험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