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1500원짜리 점심 10분만에 후다닥…
어쩌다 삼청동주변 밥집서 '푸짐한 식사' ##
청와대 출입기자는 '1호기자'로 불린다. 미국의 대통령이 타는
전용기가 'Air Force One', 우리의 그것도 '1호기'로 불리고,
대통령의 승용차 넘버가 '0001'번인 데서 생긴 쟁이들 용어다. 대통령
담당 기자라는 얘기다.
'1호기자들은 식사를 어디서 해결하나요.' 다소 엉뚱하다 싶은 질문을
사외보 편집자가 내게 던졌다. 많은 독자들이 이걸 궁금해하더라고
부연설명하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점심식사는 70% 정도를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청와대 안에는 비서실 신관·경호실·춘추관·본관 의무병동 등 네곳의
구내식당이 있다. 셀프서비스로, 1500원 짜리는 '1식3찬에 국', 2500원
짜리는 후식이 붙는다. 꽤 먹을만하고, 메뉴는 매일 바뀐다. 주로
기자실이 있는 춘추관 2층 식당을 이용하고, 비서실 직원들과 함께할
때는 경호실 식당도 이용한다. 10분만의 후다닥 식사후 12시 땡하면
기자실에 배달되는 석간신문 보기, 대변인의 낮 브리핑 파악, 2시 이전
데스크와의 상황보고 전의 토막잠 등 좋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외부식사는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장관, 국회의원, 외부인사들과의
점심·저녁식사 때 이뤄진다.
삼청동 주변의 음식점과 효자동·인사동·신문로 부근의
밥집(한정식집)이 주 대상이다. 외부 점심은, 1시20분까지 춘추관에
복귀하느라 마음이 바쁘다. 저녁 식사때는 폭탄주 등 반주도 곁들여진다.
특기할 것은 청와대 취재원들과의 저녁 '룸살롱 문화'는 전설이 돼가고
있다는 점. 현재 청와대 수석들의 '업무추진비'는 월 300만원,
비서관들은 100만원이다. 그나마 법인카드 결재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긍정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식사를 어떻게 해결하나. 미리 말한다면 청와대에서
술과 가무를 곁들인 만찬은 YS정권때부터 사라졌다. YS가 박정희(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통키타 가수가 참여한 '최후의 만찬'으로 유명해진
궁정동 안가 등 12동의 안가를 철거해 그럴 장소조차 없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희호 여사와 '부부'만 청와대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인사들과의 각종 조찬·오찬·만찬 때문에 두 사람만
식사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50~200명 규모의 대형 청와대 오·만찬의 음식은 서울시내 몇몇 호텔이
번갈아 준비하는 '연예용 맞춤음식', 한식이 주메뉴다. 대통령의 관저
음식은 '동교동 찬모'들이 만들고 있다.
외국 정상들의 청와대 국빈만찬 한식메뉴는 삼색 야채말이·호박죽·
생선튀김·신선로·갈비구이와 야채·밥과 국·과일·인삼차와 한과
등이다. 백김치와 세가지 나물무침, 오이소박이 등이 밑반찬이고, 술은
국산포도주가 나온다. 외국 정상들의 식단은 외교부 의전과에서 해당국과
상의해 결정된다. 기피음식 때문이다. 양념이 많이 들어간 빨간 전통김치와
김 등은 싫어하는 쪽이 있어 피한다.
지난해 평양 남북정상회담 만찬 때는 칠면조 향구이·생선수정묵과
랭채·삼지연 청취말이쌈·쑥송편과 쉬움지짐·약밥·통배추김치·
륙륙날개(메추리)탕·젖기름빵·소고기굴장즙·칠색송어 은지구이·잣죽·
수박·백두산들쭉크림·과줄·인삼차가 나왔다. 양이 많아 중간쯤
숟가락을 놓아야할 정도였다.
1호기자의 취재 범위는 무한대이다. 남북관계·외교·경제·교육·IT,
심지어 택시요금 인상까지 안 걸리는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취재 아이템은 역시 대통령의 동정과 움직임, 생각 등 국정운영
방향이다.
그러나 대통령 취재는 숙명적 어려움이 있다. 직접 육성을 듣고, 표정을
살필 수 있는 기회가 극도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출입기자와 대통령과의
만남은 ▲연두 기자회견 연간 1~2차례인 출입기자와의 식사·간담회
▲정상회담 공동회견 ▲5년마다 주어지는 창간 기념회견 등이다. 또
중앙언론사 기자단 30명이 2인1조로 돌아가는 대통령 행사의 '풀취재'
때로 평균 보름만에 한번씩 돌아온다.
따라서 수석회의 직후 오전9시반쯤 이뤄지는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과
국무회의 등 주요 행사 후의 낮·오후 브리핑은 대통령 취재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이는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공개될 정도로 독점적
뉴스 확보에는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정보사냥'은 대변인 브리핑 이후 시작된다. 오전11시부터
1시간동안 비서실 취재가 허용된다. 오후 취재는 4시부터 5시까지
허용된다. 이 비서실 취재제한은 현정권 들어 처음 생긴 제도로
도입과정에서 말이 많았다. 오후 취재는 조간의 기사마감이 5시가 돼야
끝나기 때문에, 이후부터 저녁7시까지라고 보면된다.
오전 취재시간 중 현안을 쫓아 비서실장과 정책기획·정무·외교안보·
경제수석 등 주요 수석 방과 비서관 방을 들락거리지만, 부지런히
뛰어다녀야 만날 수 있는 취재원은 3명 안팎이다. 그러니 오후 취재,
'밤 취재' '아침 취재'가 보충되지 않으면, 매일 매일 허덕이게
된다.
청와대 취재에서 유의할 점은 취재원마다 보안의식이 철저하고, 신뢰
관계가 철저하지 않으면,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
부처 파견 공무원도 '1급 엘리트'들이라 현안파악이 되어있지 않으면
대화가 진전되지 않는다. 취재원들이 기자들의 머리 꼭대기에서 놀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1㎜의 틈새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한시도 한눈 팔 수 없음은 물론이다. 더구나 정권과 조선일보와의 관계가
사장이 구속될 정도로 '초긴장상태'일 때 출입기자가 신경써야 할
대목은 수도 없이 늘어난다. 문턱도 높아진다.
그러나 어떤 조건에서도 "기자는 기자답게, 의연하고, 진지하게,
본대로 느낀대로 독자에게 전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 김민배 기자는…고려대 사회학과 졸. 84년 4월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학생들의 분신과 구속, 가두시위로 점철된 민주화운동 절정기인 5공화국
시절, 5년간 사회부 사건기자로 현장을 뛰었다. 이후 89년4월 정치부로
옮겨, 6공화국 민정당·민자당·민주당과 YS정권의 신한국당·한나라당
등 정당과 국회 담당기자로 11년간 활동하다, 지난해 1월부터 청와대를
출입하고 있다. 전남 진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