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기를 하거나 뛰는 사람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거대한 줄을
이뤄 차례차례 내려왔다." 지난 11일 뉴욕에서 발생한 세계무역센터
테러 사건 때 78층 사무실에서 1시간을 걸어 내려와 건물 붕괴직전
극적으로 탈출한 뉴욕 현대증권 주익수 사장은 "사람들이 뒤엉키지 않고
질서있게 대피해 탈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으면 어땠을까. 고층건물에서
화재, 붕괴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처요령을
점검해본다.
먼저 대형건물에서 화재가 났을 때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전기가 나가 작동을 멈추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엘루이호텔에서 불이 났을 때 이 호텔 종업업 서모(25)씨가
승강기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화재로 인한 정전으로 엘리베이터가
멈춰서면서 질식사한 것이다. 투숙객 150여명은 계단으로 대피해 무사히
빠져나온 상황이었다.
소방방재본부 조남승 특수구조대장은 "화재가 나면 불에 타
죽기보다는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사나 사람들이 통로에 한꺼번에
몰리면서 안전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다"며 "불이 나면 침착하게
신고를 한 뒤 소화기를 사용하거나 물을 이용하는 등 불을 끌 수 있을
때까지 노력하라"고 강조했다. 단 전기화재는 감전 위험이 있기 때문에
물을 쓰면 안 된다. 119에 신고할 땐 침착하게 "○○동 ○○번지 ○층에
불이 났다"고 말하고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방이나 사무실에 있을 때 문 밖에서 "불이야"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문을 확 열어서는 안된다. 문 밖의 불길이 산소를 찾아 갑자기
들이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을 문 뒤에 숨기고 천천히 열어야 한다.
특히 문의 손잡이가 뜨거울 때는 복도의 불길이 세다는 증거이므로 문을
열면 안된다. 이럴 땐 문 틈을 막고 문 주변에 물을 뿌린 다음 창문을
열고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복도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해도 함부로
뛰어서는 안된다. 유독가스가 차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밤에
불이 나거나 지하에서 불이 나 건물 전체가 컴컴한 경우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가스는 천장부터 차기 때문에 바닥에서 20㎝ 정도까지는 공기가 남아
있으므로 납작 엎드려서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기어서 대피한다.
옷에 불이 붙으면 이리저리 도망 다니지 말고, 바닥에 누워 뒹굴면서
손으로 두들겨 끈다.
비상계단을 내려갈 땐 불이 난 곳의 반대방향인지 확인해야 한다.
화장실이나 막다른 곳으로 가서도 안된다. 갇히면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래층에 불이 나 1층으로 빠져 나갈 수 없으면 옥상이나 창가
등 숨을 쉴 수 있는 곳으로 대피해 구조를 기다린다. 높은 곳에 고립되면
뛰어내리지 말고 각종 수단을 동원해 자기가 있는 곳을 알려야 한다.
지진이 났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조남승 구조대장은 "지진 발생시
건물의 붕괴에 의한 직접적 피해보다 2차적으로 발생하는 화재에 의한
피해가 더 크다"고 말했다. 지진이 나 크게 흔들리는 것은 길어야
1~2분이므로 멀리 대피하려 하지 말고 있던 장소에서 안전한 위치를
찾는다. 석유, 가스등을 사용하는 열기구와 전기등처럼 불이 날 수 있는
것들은 중간밸브를 잠그거나 스위치를 꺼야 한다. 넘어지기 쉬운
선반이나 책장은 고정시키고 책상 밑에 들어가 웅크려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