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지어도 패션이다. 올 가을 브래지어가 그 어느 때 보다 화려하다.
색상은 카키, 와인, 짙은 남색, 인디언 핑크 등이 강세다. 깊고 짙은
컬러에 레이스와 자가드 무늬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다. 디자인이
반이라면 기능도 반이다. 업체들 마다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 브래지어를
선보이고 있다.
■‘가슴 크기가 IQ에 반비례 한다’는 옛말
"더욱 확실하게 가슴을 모아준다." 업체들은 일제히 자사 브래지어가
'가슴을 살리고 강조한다'고 광고한다. 보통 직장 여성들이 가슴
성형수술을 꿈 꿀 정도로 '크면 좋다'는 요즘 분위기 때문이다.
'비비안'이 97년과 2001년 상반기 백화점 판매량을 비교해 보니 A컵은
77%에서 67%로 판매가 줄어든 반면 B컵은 17%에서 26%로, C컵은 3%에서
5%로 늘었다. '비비안' 상품 기획부 한관희 차장은 "갈수록 여성들의
가슴 컵 사이즈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큰 가슴을 선호하면서
가슴을 커보이게 하는 '볼륨 업' 기능의 브래지어 판매율은
5%(97년)에서 30%(2001년)로 늘었다"며 "이제는 회사 주력상품"이라고
말한다.
큰 가슴이 자신감, 당당함의 상징이 된 추세를 따라 물이나 특수 오일을
넣은 브래지어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브래지어가 무거울 뿐더러
드물지만 착용 시 터지는 일도 생겨 요즘에는 '공기 주머니'가 인기다.
'비비안'에서는 에어 패드를 브래지어 양쪽 옆에 넣었다 뺐다 할 수
있게 했다. '비너스'는 '가슴을 75B 사이즈로 보이게 하는
브래지어'라고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 회사가 98년 18~49세 여성
14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여성의 30%가 75A 사이즈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너스'는 "75A가 기본 사이즈이지만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선망하는 사이즈는 75B"라고
말했다. 업계 디자이너들도 75B를 보통 이상적인 사이즈라고 꼽고 있다.
■치열한 ‘브래지어’ 전쟁
전체 속옷 시장은 1조2000억원 규모. 이 가운데 특히 치열한 브래지어
전쟁은 디자인 못 지 않게 기술 싸움, 신 소재 싸움이다. '비비안'의
가을 신상품은 '에어볼륨 블랙 라벨'. '샘소나이트 블랙 라벨'
'아르마니 블랙 라벨' 하듯, '최고급'이란 의미에서 '블랙
라벨'이란 이름을 붙였다. 자신의 체형에 맞춰 모양을 조정할 수 있는
특수 와이어를 썼다. 가슴을 받쳐주는 와이어가 살을 찌르거나 압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비너스'는 봉제선을 숨긴 '슈브라'를
선보이고 있다. 브래지어 가슴 라인과 실제 가슴 사이 경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몰드 형'이다. '비너스' 관계자는 "브래지어 때문에
가슴이 과장되게 들뜨면 금방 '뽕 브라'인지 안다"고 말했다. 또
"패드를 넣은 와이어로 자극을 최소화 했다"고 설명했다. '아미에'는
야광 레이스로 작식한 '섹시 라이트' 브래지어를 출시했다.
브래지어 역시 이미지 싸움이다. 예전처럼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보다는
느낌을 살리는 광고가 유행이다. 박지윤, 김규리, 김민 등 연예인을
브래지어 모델로 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카탈로그용으로는 아직까지 외국
모델을 선호한다. 속옷 모델은 겉옷 모델보다 몸매 비율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도 있지만 모델료가 '합리적'이고 촬영시 프로 답게 포즈가 훨씬
더 적극적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국 여성과 브래지어
'한국 여성의 1년 평균 브래지어 구입 개수는 2개', '가지고 있는
브래지어는 5개' 2000년 11월 서울 마케팅 리서치가 여성 500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이다. 60~70년대는
'브래지어를 입는다'는 것이 전부였다면 80년대 들어 '속옷도
패션'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90년대 들어서는 가슴을 돋보이게 하는
기능성 브래지어 붐이 일기 시작했다. 입은 듯 안 입은 듯 티가 안 나는
'누드 브라', '노 브라' 붐에 이어 투명 어깨 끈, 최소한의 가릴
곳만 가리는 스티커 브래지어까지 나왔다. 과거 속옷이 분홍, 빨강, 검정
일색이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여름에는 파스텔 톤이나 사이버 룩,
겨울에는 중간 원색에 화려한 무늬다. '스포츠 문화' 확산으로
탈의실에서 남들에게 속옷 보일 기회가 많아지면서 속옷 패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