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와 함께 한 축구공은 중세시대 이후 여러가지 형태를 띠었다. 소나 돼지의 방광에 바람을 넣은 것을 비롯, 동물 가죽에 털을 넣은 공, 새끼줄을 둥그렇게 말아 만든 공 등 지역에 따라 축구공도 천차만별이었다. 그러던 1872년 잉글랜드축구협회가 '축구공은 가죽으로 제작해야 한다'는 규정을 제정하면서 오늘날의 축구공이 태어나는 단초가 마련됐다. 이후 축구공은 과학문명의 성장과 함께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70년대까지 FIFA(국제축구연맹)를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는 지난 63년에 개발한 축구공에 처음으로 '산티아고'라는 이름을 붙였다. 산티아고는 FIFA의 공인을 받은 최초의 공이었다.

월드컵 무대에서 공인구 제도가 처음 채택된 70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아디다스는 '텔스타'를 세상에 내놨다. 지금까지도 축구공을 연상할 때 떠오르는 점박이형의 텔스타는 천연가죽으로 만든 현대 축구공의 효시로 74년 서독월드컵 때까지 사용됐다.

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에서는 '탱고'가 탄생했다. 점박이 모형을 탈피한 탱고는 탄력과 회전력이 뛰어나 월드컵에서 많은 골을 선사했으며 방수성까지 탁월해 수중전에서 돌덩이처럼 무거워져 선수들의 발목을 괴롭혔던 종래의 볼과는 확연히 달랐다. 탱고는 82년 스페인월드컵에선 '탱고 에스파냐'로 이름을 바꿔 2대째 월드컵을 빛냈다. 공인구에 지역적 특성을 나타낸 이름을 붙인 것도 탱고가 최초였다. 86년 멕시코월드컵에선 합성수지로만 이뤄진 '아스테카'가 태어났으며, 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선 '에투르스코-우니코'가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다.

94년 미국월드컵에 탄생한 '퀘스트라'는 축구공에 첨단 과학이 접목된 작품이었다. 미세한 공기층이 있는 합성수지로 표면을 처리해 반발력을 높인 퀘스트라는 슛을 하는 순간 미세한 공기가 수축됐다가 팽창하면서 엄청난 스피드를 만들어냈다.

98년 프랑스월드컵 때는 프랑스 국기의 삼색에 착안, 세가지 색깔의 '트리콜로'가 태어났다. 가죽 내부의 폴리우레탄 거품을 퀘스트라보다 더 압축시킨 트리콜로는 반발력과 수축력에서 예측불허의 공이었다. 퀘스트라가 탄생되면서 시작된 골키퍼들의 수난은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테라스트라 실버스트림'이 선을 보이면서 더욱 가중됐다.

〈스포츠조선 류성옥 기자 watchd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