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갔다온 백모(32)씨 부부는 '동남아 관광
상품' 광고만 보면 울화가 치민다고 했다. 출발 비행기 안에서부터
여행사측이 서로 뚝 떨어진 좌석티켓을 주어 신혼부부를
이산가족으로 만들어 놓았는가하면 가는 곳마다 현지 가이드들에게
당했기 때문이다. 모든 비용이 포함돼 있다는 설명과는 달리 현지
가이드는 갖은 명목의 '돈'을 요구했고, 그 단가가 평균 미화
100달러였다.
지난 6월 3박4일 패키지 상품으로 필리핀 관광에 나섰던 김모(30)씨
일행은 현지 가이드의 '선택(옵션) 관광' 강요에 불응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아침 식사 때 다른 여행객들이 뷔페를 즐기는 동안 그들에게는
빵 한쪽, 소시지 하나, 죽 한 그릇이 달랑 제공됐다. 또 관광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거친 말과 행동으로 살벌한 '안내'를 했고, 결국 굴복했다고
한다. 그는 "왕복 항공요금보다 싼 여행사 상품에 현혹됐는데 오히려
돈이 더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캄푸치아항공 여객기 내에서 이륙 지연 등에 항의하다가
활주로 부근에 내려진 한국인 승객 39명은 '48만원짜리 방콕 패키지'를
마친 뒤 방콕~캄보디아 프놈펜~인천으로 길게 돌아오는 비행기 노선 등
여러 면에서 불만이 쌓인 상태였다고 한다.
아직도 '싸구려 해외 바캉스 여행 패키지'를 이용하다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해외여행과 관련해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99년 1425건에서 작년 2168건으로 늘었다. 금년도 7월 24일
현재 1160건에 이른다. 이중 올해 피해 구제를 받은 254건을 유형별로
보면 여행사의 일방적인 여행 취소(76건) 비자 및 항공권 발급과
관련한 계약 위반(70건) 일방적인 일정·숙소 변경(60건) 현지
가이드의 불성실한 안내(14건) 등의 순이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성수기 태국 3박5일(1박 기내체류) 관광상품의 적정
원가는 70만원선. 하지만 국내 모집 여행사 중 상당수가 숙식까지
해결된다는 여행상품을 30만~40만원대에 팔고 있다. 현지의 한국인
여행업자(랜드)와 가이드들은 국내 여행사로부터는 돈을 받지 않거나
심한 경우 1인당 1만~2만원의 돈을 거꾸로 지불하고 관광객을 유치해
이들을 한인 토산품점, 선물의 집, 안마, 누드쇼, 한약방 등 이미
'약속'이 돼 있는 장소로 끌고 다니며 여행객이 지출한 돈의 30~40%를
커미션으로 챙긴다는 것이다.
태국관광청 김병규 공보관은 "작년 9월 태국 정부가 한국인
관광가이드들의 횡포를 없애기 위해 엄벌 방침을 발표했지만 올해 들어
오히려 작년보다 30% 정도 늘어난 하루평균 3~4건의 여행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