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근로시간 단축이나 주5일 근무제 등 핵심적 국책과제들은 정치적
인기주의나 특정한 정책효과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이런 문제들은 통상 그 경제적 효과나 연쇄적 파급이 탁상논의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을 수 있는 잠재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졸속을 피하고
종합적으로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것이다.
우선 근로시간 단축이나 주5일 근무제는 노사간에 이미 논의가 진행중인
사안이고 주요 쟁점들도 대강 그 윤곽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노사를
중심으로 향후 충분한 논의가 더 진행 돼야 할 형편이다. 더 나아가 이
문제는 노사 당사자 간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국가적 경쟁력과
산업생산성, 그리고 노동복지 등 공공적 이해가 함께 걸려있기 때문에
노사·정부는 물론 광범위한 사회여론에도 여과시키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이점에서 국민관광 진흥이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루려는 최근의 정부
자세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것은 국민관광의 중요성을 경시해서가
아니라 주5일 근무제가 파급시킬 경제효과와 문제들이 관광진흥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경제는 아무리 낙관적으로 평가해도
결코 정상이라 할 수 없는 불안정한 국면에 처해 있다. 기업 수지는 계속
악화되고 수출은 감퇴하며 투자계획은 잇달아 취소되거나 감축되고 있다.
세계경제의 동시불황으로 어려운 국면이 단시일에 개선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 누적된 부실처리와 구조조정은 지지부진인 채 증시와 금융,
경제의 불안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경제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서 주5일 근무제는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뿐 근로시간 단축의 실익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정부가 느닷없이 관광진흥을 빙자한
5일근무제를 들고나온 배경이 석연치 않다. 많은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현재의 경제위기감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기업상황이 가장 나쁜 시점에서, 그것도 근로시간 단축체제에 걸맞은
여타 근로제도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도 없이 주5일제를 강행하고 보자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
법정 근로시간은 노동복지 향상을 위해 가능한한 줄어드는 것이 좋고
주5일 근무제도 조만간 실시하는 것이 추세에 따르는 순리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주5일제가 되려면 휴가제도나 임금제도 등 그에
연관되는 근로기준과 제도도 동시에 조정해서 새 제도가 경제에 미칠
부작용과 부담을 합리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