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평역 삼국지'를 만화로 낸 만화가 이희재(49)씨의
작업 현장은 후덥지근한 여름날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서울 양재동의 한 건물 9층에 자리잡은 6~7평 크기의 작업실.
한쪽 구석에선 선풍기 바람이 불어오는데도, 부지런히 펜을 긁는 작가와
컴퓨터 채색작업에 여념이 없는 어시스턴트(만화가 보조)의 이마에 연신
땀이 맺힌다.

이희재씨는 80년대 '보물섬'에 '악동이'를 연재했고, '나 어릴
적에'로 작년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을 수상하는 등 일상에 바탕을 둔
소박한 작품으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아온 중견 만화가. 현재는
'만화삼국지'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지난 반년 동안은 이곳에서 먹고자며 하루 18시간씩 작업했어요. 원래
화실은 집 근처인 상계동에 있지만, 출판사와 가까운 이곳으로 옮겨와
창작 이외에 드는 시간을 최대한 줄였지요." 3권(전 10권 예정)까지
나온 '이문열·이희재 만화 삼국지'(아이세움)는 10여종에 이르는
기존의 '만화 삼국지'가 대부분 소설 '미야모도 무사시'의 저자인
요시카와 에이지 평역본을 따르고 있다는 것에 착안,
우리작가가 평역한 만화 삼국지를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다는 이문열씨와
이희재씨의 생각이 맞닿아 이루어졌다.

"삼국지는 일생에 적어도 한번은 읽게 되는 고전이잖아요. 이문열씨가
재해석한 '한국판 삼국지'를 만화로 꼭 옮겨보고 싶었어요. 중국의
이십오사 회화본을 보며 복식도 참고하고, 중국 국영방송에서
만든 삼국지 비디오를 보며 인물 움직임도 연구하면서 세밀한 부분까지
최대한 신경을 썼습니다."

그러나 이희재씨는 지금까지 모두 1400만권이나 팔린 이문열 삼국지의
내용을 훼손하지 않고 만화로 옮기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소설(전 10권)과 만화의 권수가 같기 때문에, 압축할 수 밖에 없었죠.
원전의 핵심을 살리면서, '잔가지'를 줄이는게 힘들었습니다.
등장인물의 정황을 설명하는 감동적인 묘사를 충분히 싣지 못하고, 사실
위주로 이야기를 끌어가야 했던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그러나 이번 '만화 삼국지'는 캐릭터가 잘 살아있어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명료하게 들어오는데다, 어려운 내용은 각주로 달고, 책 말미에
삼국지 기본지식까지 달아놓아 어린이들이 충분히 재밌게 읽을만 하다.
세련된 풀컬러 색상과 깔끔한 장정도 돋보인다.

이씨는 "올해말까지 10권을 완간하는 것이 목표"라며 "만화삼국지 뿐
아니라, 앞으로도 독자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되는 작품을 꾸준히 내놓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