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대규모 스펙터클을 내세우는 영화 ''미이라2''.


미라들이 돌아왔다. 2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치 엄청난 물량으로
특수효과 지원을 받아 온 사막을 시커멓게 물들인다.

아무 생각 없이 2시간을 손 꼭 쥐고 긴장하다 하하하 웃음 터뜨리길
반복하게 만드는 것이 여름 방학 영화의 제1요소라면, 16일 개봉하는
'미이라2'(The mummy returnsㆍ감독 스티븐 소머즈)는 모범생 그 자체.
몇몇 에피소드는 스필버그의 '고전' 모험극 '인디애너 존스'
그대로인 스펙터클 영화로, 특수 효과를 만끽한다.

99년 '미이라' 첫 편의 흥행 성공에 힘입은 이 속편은 첫 작품 감독에
출연자도 그대로(브랜든 프레이저ㆍ레이첼 와이즈). 거기에 외삼촌,
아들을 더해 가족 드라마 형식을 갖췄다. 식구가 늘어난 것은 악당 쪽도
마찬가지다. 전편의 이모텝만으로는 모자라서(!) 스콜피온 킹(전갈
왕)이라는 새 인물을 등장시켰고, 사막을 가득 채우는 전사들과 스콜피온
킹의 악의 군대로 올 여름 영화 중 최대 규모의 출연자(물론 컴퓨터
그래픽의 '복사' 기능에 힘입었지만)를 자랑한다.

전편에서 만난 탐험가 겸 고고학자 릭 오코넬(브랜든 프레이저)과
에블린(레이철 와이즈)은 결혼해서 아홉살난 아들을 피라미드 발굴
현장에 동반한다. 죽음의 신 아누비스의 군대를 이끌고 전 세계를
정복했던 스콜피온 킹의 팔찌를 발견하지만, 팔찌가 움직이면 스콜피온
킹과 죽음의 군대가 다시 부활하는 것을 미처 모른다. 9년전 오코넬
부부가 부활시킨 고대 이집트 마법사 이모텝(아놀드 보슬루)는 스콜피온
킹의 팔찌를 차지하려 들고, 그가 사랑했던 여인까지 부활하면서
이야기는 로맨스와 모험을 마구 뒤섞기 시작한다.

전생과 이생을 넘나들며 뒤얽힌 로맨스 같은,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듬뿍 담은 줄거리는 2시간 내내 쉴새없이 쏟아져 나오는
스펙터클과 특수 효과의 물량 공세에 실려 힘을 얻는다. 첫 머리, 사막을
가득 메운 BC 3067년의 전쟁 장면에서부터 이 영화는 대규모 스펙타클
오락물임을 스스로 선언하고 나선다. '벤허' 같은 옛 헐리우드 대형
서사극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받되, 첨단 컴퓨터 그래픽 기술로 무장한
이같은 장면은 지금 헐리우드가 보여줄 수 있는 물량 작전의 최대치다.
군중 장면(mob scene)은 '글래디에이터'를 능가한다. 그래픽 처리한
군중 장면과 실제 엑스트라들이 클로즈업되는 액션 장면의 봉합선이
뚜렷한 것이 흠이지만, "이 정도는 봐달라"고 눙치고 넘어간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터무니 없는 상상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컴퓨터
그래픽의 기술력이다. 계곡을 가득 메운 강물은 거꾸로 치솟아 해일을
일으키고, 도미노 처럼 차례차례 무너져 내리는 거대한 기둥을 소년이
막아내는 식이다. 5000년 전으로부터 되살아온 죽음의 군대나 미라들은
단칼에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그러나 이 모든 만화적 상상은 이를
시각적으로 뒷받침해주는 컴휴터 그래픽 덕분에 현실감을 얻는다.

앵글로 색슨 백인 주인공에 주변 인물은 모두 유색 인종이라는 노골적인
제국주의 표상이 거슬린다고? 이 영화 시대 배경이 1933년이란 것을
기억하라. 게다가 주인공은 '대영제국' 고고학자 아닌가. 헐리우드
자본은 이 영화를 이념적 비평의 안전 지대에 자리잡아 놓고 제작비를
퍼부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