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차세대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 문을 연 홍지서림 2층의 아동서점.전주 시내 유치원의 견학 명소로인기를 끌고 있다.전주<br><a href=mailto:jhjun@chosun.com>/전재홍기자 <

63년 문을 연 홍지서림(전주시 경원동)은 전주는 물론 전북 지역을
대표해 온 서점의 대명사. 문화혜택이 서울만 못한 지방 도시에서
"홍지에 가면 원하는 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홍지는 전주
책벌레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다. 전주 출신의 문학지망생
치고 홍지에서 공짜 독서 안해본 사람 없고 책 한 번 사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 소설가 양귀자(전주여고)와 은희경(〃), 문학평론가
남진우(신흥고), '혼불'의 작가 고 최명희씨(기전여고) 등이 홍지에서
책을 읽으며 문학도를 꿈꾼 사람들이다.

전주여고를 나온 마음산책 출판사 정은숙 사장은 "한 번은 정음사의
한국문학대계 전집을 사고 싶어도 돈이 없어 망설였는데 서점 주인이
교복을 알아보고는 '학년 반 이름만 쓰고 가져간 뒤 돈은 나중에 벌어서
내라'고 해 책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70~80년대만 해도 홍지가 들어서 있는 경원동 근처에는 전주의 대표적인
초·중·고교가 자리잡고 있었다. 홍지 천병로 회장은 "학기초에는
참고서를 사려는 학생들이 서점 앞 큰길까지 줄을 서는 바람에 경찰이
배치돼 교통정리를 해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학생들 사이에
"홍지에서 만나자"라든가, 전주를 찾는 외지인에게 "홍지로 오라"고
하는 것은 만남을 어긋나지 않게 하기 위한 보증수표였다.

그 홍지도 지난 98년 IMF 이후 자금난으로 부도를 맞았다. 이미 지하
1층에는 '술집'이 들어와 있었고 경매로 서점 간판을 내릴지도 모를
상황에서 소설가 양귀자씨가 서점을 살리겠다고 나섰다. 양씨는 99년
인수 당시 "소녀시절 문학에의 꿈을 잉태케 한 서점이 자칫 식당이나
주점으로 바뀔까 봐 조마조마했다"고 배경을 밝혔었다.

홍지는 요즘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2층 창고를 비우고 어린이전용
서점을 연 뒤 이 곳은 전주 시내 유치원들의 필수 견학코스가 됐다. 지하
1층에는 안도현 시인과 소설가 이병천 씨 등이 중심이 돼 지역 문인들을
위한 사랑방을 만들고, 시청각실과 문인단체 사무실 등을 갖춘 50평
규모의 문화공간을 만들어 오는 5월 중 개장할 계획이다. 폐가식
도서관을 연상케 하던 매장의 촘촘한 서가도 평대로 바꿔 현대식
공간으로 재배치했다.

매장을 둘러보고 3층 창고 문을 열자, 수십년의 세월이 덧칠된
고색창연한 나왕목 서가가 처음처럼 여전히 책의 향기를 머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