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입시에서 서울대에 떨어졌지만 미국 MIT대에 합격한
정윤모(19·서울 개포고 졸업)군은 "마치 '도망가듯' 유학가는
식으로 비쳐질까 부담스럽다"면서도, "고 2때부터 착실하게
유학준비를 해왔고, MIT는 내가 원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정군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는 낙방했지만, 미국
'학업적성시험(SAT)'에서 1600점 만점에 1550점을 받아 MIT,
존스홉킨스, 노스웨스턴대 등 미국 명문 대학들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정군은 자연계를 수석 졸업했으며, 같은 학교 동창생인
이원형(19)군 역시 서울대 낙방 후 예일대에 합격했다.
―서울대에 합격했다면 서울대와 MIT 중 어느 곳을 선택하겠는가.
"보도가 나간 뒤 인터뷰를 사양해 왔다. 서울대에 불합격해 서둘러
미국 대학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게 싫었다. 고 2
때부터 SAT 시험 등을 준비했다. 두 곳 다 붙었어도 주저없이 MIT를
택했을 것이다.1년 학비가 3만7000달러 정도인데, 2만 9000달러의
장학금을 받게 됐다"
―서울대에 응시한 이유는?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한국에서 공부한 학생으로서, '종지부'를
찍고 싶었다. 내게 있어 서울대 합격증은 오랜 입시 공부, 한국 교육의
종지부였다."
―서울대는 왜 떨어졌다고 생각하나.
"수능이 너무 쉬웠다. 내 점수는 모의고사와 비슷했지만, 점수가 대폭
오른 친구들이 너무 많았다."
―미국 대학 진학을 준비하게 된 이유는.
"고2 말 무렵 아버지(외국어대 교수)가 '미국 대학에 시험을 보지
않겠냐'고 권유했다. 미국 대학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과정에서
마음이 기울었다. 미국 대학에서 더 질 높은 교육과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싫어서' 떠난다기보다는 '더 큰 무대'로 나가고
싶어서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유학을 준비하면서 영어에 부담은 없었나.
"미국에 유학한 아버지를 따라 5살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귀국한
뒤로도 미국 방송을 꾸준히 시청하고 영어책을 읽은 덕분에 영어에는
자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