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골프 어드레스 때 태권도에서 하듯 기마자세를 취하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기마자세는 백스윙과 다운스윙에서 몸의 각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을 오히려 방해하는 자세 중의 하나이다. 무릎을 굽히면
무릎에 힘이 들어가고, 백스윙이나 임팩트 때 무릎이 펴지면서 스윙 축이
위아래로 움직인다. 또 몸무게가 발 뒤꿈치로 가 체중이동이 부드럽지
못하다.
올바른 어드레스는 무릎을 펴고 선 상태에서 엉덩이를 뒤로 빼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고, 양쪽 허벅지를 살짝 내밀어 무릎에 가볍게 탄력을 주면
된다. 이때 엄지 발가락 근처의 튀어나온 부분쯤에 몸무게를 실어 준다.
마치 수영에서 다이빙 직전의 모습이나, 미식축구의 태클(tackle) 자세를
연상하면 된다.
백스윙 할 때 '왼쪽 어깨를 턱 밑으로 넣으라'는 말도 한국인에게는
어색한 이론이다. 키가 큰 서양사람은 살짝 턱을 들고 어깨가 턱 밑으로
지나가며 백스윙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키에 비해 긴 골프클럽을
사용하는 동양인이 이 이론에 충실하려면 얼굴이 들려 스윙축이 흔들릴
뿐 아니라 백스윙의 중요한 요소인 어깨 턴(turn)에 무리를 줘, 올바른
백스윙이 어렵게 된다. 차라리 왼쪽 어깨로 턱을 감싸 오른쪽으로 미는
듯 백스윙하는 것이 어깨 턴을 쉽고 부드럽게, 충분히 해 줄 수 있는
방법이다.
'헤드업을 하지 말고 공만 보라'는 말은 10~20년 골프를 즐긴
사람조차도 가장 지키기 어려운 일이다. 머리는 인체에서도 무척이나
무거운 부분이다. 백스윙 때 머리를 꽉 고정하고 몸통을 돌리면 오른쪽을
축으로 도는 정상적인 회전(turn)이 아니라, 왼쪽 어깨가 밑으로
처지면서 축이 흔들리는 역피봇(reverse pivot) 현상이 일어나 체중이
왼쪽에 그대로 남기 쉽다. 다운스윙 때 역시 몸무게가 왼쪽으로 충분히
옮겨지지 않으면서 임팩트 전에 오른팔과 손목의 각(wrist cock)이
풀어져 파워가 사라진다. 결과는 뒤땅을 치기 쉽다.
사실 머리를 움직이면 절대로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백스윙 때 머리의
수평이동은 몸무게를 오른쪽으로 이전하는 필수불가결한 동작이다. 미국
투어 선수들의 스윙 사진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머리의 수평이동은 물론,
아주 미세하지만 백스윙에서는 아래로, 임팩트에서는 위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최혜영 / 미국LPGA 티칭프로 choipro@choigolf.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