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가 초현실주의 화가 달리의 붓으로 연쇄살인 스릴러를
그려냈다면 이렇게 했겠지. 잔인한 살인마 이야기를 다뤘지만, '더
셀'(The Cell·28일 개봉)에서 두드러진 것은 '살인의 테크닉'이
아니라, 무의식 세계를 표현하는 현란한 시각 스타일과 악마의 내면에
자리잡은 상처에 다가가 치유하는 일에 주력하는 주제의식이다.

하얗게 표백된 채 버려진 일곱구의 시체가 발견되고 여덟번째 희생자
줄리아가 실종된 와중에 FBI 특수 요원 피터(빈스 본)는 연쇄살인범
칼(빈센트 도노프리오)을 검거한다. 그러나 범인은 이미 혼수 상태에
빠져있어 줄리아를 찾을 수 없게 되자 피터는 심리학자 캐서린(제니퍼
로페즈)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캐서린은 특수 기계의 도움으로 칼의
무의식 속으로 들어가 비밀을 캐낸다.

인도 출신 타셈 싱 감독의 데뷔작 '더 셀'은 할리우드 스릴러치곤 무척
독창적이다. 스릴러이면서도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를 아예 배제했고,
무릎을 치는 반전이 들어설 여지도 없앴다. 부분적으로 '양들의
침묵'이나 '세븐'을 떠올리게도 하지만,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비대중적 화술이나 눈을 감은 뒤에도 망막에서 꿈틀대는 선명한
이미지들로 버무린 뒤 결국 피해자와 가해자 구분까지도 넘어서서
상처입은 영혼들을 위무하는 의식으로 막을 내리는 성숙한 스릴러의
면모는 보기 드문 것이다.

이 영화는 테리 길리엄의 '여인의 음모'(Brazil)이후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스크린이란 화폭 위에 가장 인상적으로 구현해낸 사례가 될
것이다. 동화 속 삽화와 끔찍한 지옥도가 공존하고, 중세와 22세기가
이마를 맞대는 것 같은 영화 속 무의식 세계 묘사는 워낙 감각적이어서
다 보고 나면 길고 긴 악몽을 꾼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마음 속 동굴에
스스로를 가둔 소년의 내면을 불모의 모래언덕으로 그려내고, 학대받은
소년의 공포를 산 채로 토막난 채 꿈틀대는 말(마)의 단면으로 묘사하는
표현력은 주목할 만 하다. 무중력과 물의 이미지도 전편을 통해 풍요롭게
변주된다. 하지만 회화적 표현력에 비해 프로이트 이론에 따라 규격화된
치유과정이나, 대사로 모든 것을 풀어내는 상황은 다루기 힘든 무의식의
풍부한 상징을 방기한 채 편리하지만 앙상한 논리에 기댄 감이 없지
않다. 연기? 어차피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배우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