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살다 오셨나요?”
이대에서 영어교육과 학생들에게 고급회화를 강의하는 이보영(34)씨가
많이 받는 질문이다. 이씨는 EBS TV 영어강좌와 라디오 영어 프로그램
'모닝 스페셜' 진행으로 이미 많이 알려진 인물. 대학교 졸업반이던
88년부터 지금까지 13년째 영어 방송을 진행해온 그가 어학연수 한번 안
가본 '순수 국내파'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모두 놀란다.
이보영씨는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는 나이에 영어를 같이 배웠다.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어머니가 두세 살 난 이씨를 옆에 앉히고 영어
동화책이나 AFKN에 나오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같이 보면서 무슨 내용인지
가르쳐줬다. 주로 재미있는 그림이나 노래와 함께 익혔기 때문에 영어를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고 따라하게 됐다. 나이를 먹으면서 어휘도 늘어났고,
보는 TV 프로그램 수준도 어린이 인형극에서 드라마로, 또 시트콤으로
차츰 높아졌다. 모르는 말은 메모해서 사전을 찾거나 어른들께 여쭈어
알아냈다.
가장 큰 원동력은 영어에 대한 열정이었다. 중고생 때 팝송을 좋아해
가사를 외우고 따라 부르면서 영어가 많이 늘었다. 가수에게 거의 매일
팬 레터를 보낸 것도 공부가 됐다. '나는 당신의 열렬한 팬입니다'라는
말을 쓰기 위해 사전을 뒤져 'ardent(열렬한)'라는 말을 알게 되는
식이었다.
이씨는 문법도 회화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영어를 즐길 수
있게 되기 위해선 '외울 건 외우고 연습할 건 연습해야 한다'는 것.
"영어를 단번에 끝내준다는 선전에 솔깃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진짜 영어 잘하는 사람들중에 '거저' 된 사람은 없어요. 다 죽어라
공부한 사람들이죠."
이씨는 학창시절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을 달달 외워 거울 앞에서,
아니면 동생을 앉혀놓고 말하는 연습을 했다. 만화책을 놓고 영역해보거나
영시 책을 사전 찾아가며 번역해보기도 했다. 어딜 가나 항상 머릿속으로
'이게 영어로는 뭘까' 생각했다.
이씨는 영어를 가르치는 지금도 끊임없이 배운다고 한다. 방송 진행
중에도 미국인이 하는 말 중에 새로운 표현이 있으면 그때 그때 공책에
받아적는다. 이런 공책 만도 벌써 수십권.
이보영씨는 "왜 영어를 배우려 하는지 목표를 확실히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교재를 선택해도 뚜렷한 동기와 열정이
없으면 중도에 좌절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씨는 "컴퓨터나 비디오를 통한
학습도 좋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생활 속에서 영어를 익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네이티브 스피커(원어민)도 끝없이 읽는 사람은 못
당한다"며 독해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