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누군들 쓸쓸하지 않을까마는, 앞만 보고 달려가다
문득 멈춰서 뒤돌아보게 된 중년 남성의 내면만큼 스산한 바람
이는 곳이 있을까. 샐러리맨 스기야마(야쿠쇼 코지)가 견딜 수
없는 공허와 무기력을 느끼는 때는 스물여덟에 결혼해서 서른에
아이를 갖고 마흔에 집을 사고나서 "이게 행복이구나"하고
생각하기 시작한 바로 다음 순간이다. 어느날 전철 차창으로
댄스 강사 마이(쿠사카리 타미요)의 모습을 보고 끌리게 된
그는 곧 교습소에 등록해 춤을 배운다.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쉘 위 댄스'(Shall We Dance?·13일
개봉)는 누구나 좋아할만한 작품이다. 적당히 뭉클하게 만드는
감동이 있고, 삶을 밝게 보는 건강함이 있다. 그리고 시종일관
입가에 미소가 번지도록 하는 유머가 있다.

'쉘 위 댄스'의 최대 장점은 캐릭터들이 놀랍도록 생생하다는 데
있다. 오즈 야스지로 이후 일본영화의 특장이 되어온 디테일의 선명함은
영화가 끝날 때 쯤 등장 인물들을 아주 오래 알아온 마음 좋은 이웃처럼
느끼게 만든다. '쉘 위 댄스'의 세부 묘사가 지닌 풍부한 표현력은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꿈과 환상이 꼭 우주 저 멀리나 동화의 숲속
깊은 곳에만 서식하는 게 아니란 점을 웅변한다. 조잡하지 않은
낙관주의를 스크린에서 보는 것은 또 얼마나 오랜만인가.

복고적인 분위기가 작품을 푸근하게 감싸는 가운데, 춤 교습과
경연대회 장면이 대단한 매력을 발휘한다. 이 작품이 다른 댄스
영화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현란한 춤솜씨를 볼거리로 강조하는
대신, 보통 사람들 애환을 따스하게 감싸는 도구로 춤을 활용했다는
점. '쉘 위 댄스'엔 댄스영화라면 늘상 들어가게 마련인 섹스의
그림자도 없다.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야쿠쇼 코지의 수줍은 미소
만큼이나 매력적인 것은 표정으로 춤을 추는 조연배우 다케나카
나오토의 밉지 않은 '오버 액션'이다.

춤과 삶을 적당히 엮으며 메시지를 던지는 '쉘 위 댄스' 화술은
사실 판에 박은 듯한 느낌이 있고, 몇몇 장면은 낯간지러울 정도로
감상적이기도 하다. 대단한 통찰이나 빼어난 스타일이 영화에 담긴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하나하나 따져보는 관객은 불행하다.

"댄스는 스텝이 아니예요. 그저 즐기면서 추면 돼요"라는 극중
대사처럼, 장면장면 넘쳐 흐르는 재미와 감동을 그때그때 즐기는
것이 최고 감상법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유달리 파란만장할 것도,
특별히 자랑할 것도 없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담긴 재미와
감동이기도 하다.

(* 이동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