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란 변수가 많은 운동이다. 끝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더 재미를 느끼고 도전한다.
긴 파4홀에서 동반 경기자들의 공은 페어웨이를 벗어났지만 자기
혼자만 잘 맞아 평소보다 20~30야드 더 나가는 경우가 있다. 그것도
페어웨이 한 가운데 아주 좋은 라이에 떨어져 있고 핀까지 거리도
얼마 남지 않았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평소에는 6번 아이언을 잡았던
홀인데 9번으로도 올릴 상황으로 바뀌어있다면 대부분의 골퍼들이
'버디 욕심'을 부리게 마련이다. 이때부터 머리속은 복잡해진다.
9번으로도 충분하지만 혹시 잘못된 샷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 클럽 더 길게 잡고 '나름대로' 부드럽게 스윙하는 순간, 뒤땅을
쳤던 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주말골퍼들이 많다.
이 경우 일차적인 원인은 몸의 긴장을 풀겠다는 생각에 클럽을 잡은
손의 힘을 너무 빼기 때문이다. 몸의 긴장을 풀더라도 클럽을 잡은 왼손
그립, 특히 새끼손가락부터 가운뎃손가락까지 3개를 잡는 악력은 일정해야
한다. 너무 느슨하게 잡으면 톱스윙에서 이미 손목이 풀리게 되고 그
상태에서 다운스윙이 이어지면 뒤땅이 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손에
어느 정도의 긴장감이 없으면 손과 몸의 연결이 끊기고, 그래서 체중이동도
제대로 되지 않고 손과 몸이 따로 움직이기 때문에 뒤땅을 유발한다.
클럽을 잡는 손의 위치는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손의 위치만큼이나
그립을 잡는 '강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 적절한 그립의 세기는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다. 보편적으로 스윙할 때 클럽이 손에서 빠져나갈 정도의
힘을 1이라고 하고 최대한 꽉 잡을 때 힘을 10이라고 했을 때 그립강도는
4정도로 잡는 것이 적당하다.
주말골퍼들은 보통 7~8 정도의 힘으로 클럽을 잡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강도의 그립에서는 클럽헤드의 자연스러운 릴리스가 어려워 슬라이스가
나기 쉽다. 반대로 본인의 힘이 너무 약하다 싶으면 악력기 등을 사용해
힘을 기르는 것도 방법이다.
적절한 손과 몸의 연결, 좋은 그립 강도를 익혀 실수를 최소한으로
줄여 나가면 좀더 즐겁고 편안한 골프를 할 수 있다.
( 미PGA정회원·KBS해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