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에 산재한 사찰은 문화재의 보고이다. 그중 일반인들이 빼놓고
지나가기 쉬운 것이 건물에 붙어 있는 편액(건물 이름을 쓴 액자)과 주련
(기둥에 써 붙이는 글씨)이다. 당대 최고의 승려와 서예가, 때로는 국왕까지
나서 혼신의 힘을 기울여 쓴 글씨들은 형식과 내용 모두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 전국 주요 사찰의 편액 주련에 대해 내용과
조성연대 글쓴 이 글씨평 등을 집대성한 '한국 사찰의 편액과 주련'
(대한불교진흥원)이 최근 간행됐다. 서예가 김응현, 서예-전각가 권창륜-
김양동-여원구, 월운 동국대 역경원장, 범하 통도사 성보박물관장, 홍윤식
동국대교수 등이 편찬위원을 맡아 전국 1000개 사찰을 대상으로 3년간 조사
작업을 벌였다.
추사 김정희가 죽기 사흘 전에 썼다는 서울 봉은사 '판전' 편액
사찰에서 편액과 주련이 지니는 의미를 잘 보여주는 예는 통도사 대웅전.
뒷면을 제외한 세 방면에 각각 편액이 걸려 있다. 전면의 '금강계단'은
흥선대원군 이하응, 우측의 '적멸보궁'은 통도사에 주석했던 구하(1872~1965)
스님의 글씨이고 좌측의 '대웅전'은 석봉체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 사찰의 편액과 주련'에 수록된 대상은 모두 200여 개 사찰에
편액이 2000개, 주련이 300개에 이른다. 상권에는 서울, 인천-경기,
강원, 대전-충청, 충북, 광주-전남 지역을 수록했고 하권에는 전북,
대구-경북, 부산-경남 지역과 '가람의 구조와 편액의 의미'(홍윤식),
'사찰의 편액과 주련의 서예사적 고찰'(김응현) 등 두 편의 논문을
게재했다. 부록에는 편액-주련 필자 인명 사전과 주련의 원문 풀이,
출전, 난해어 풀이 등을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이들 편액과 주련이 있는 건물은 모두 1000여 개. 대웅전, 나한전,
명부전 등 일반적인 이름뿐 아니라 만월당, 미소실, 청운당등 다양한
이름과 모양을 가진 사찰 전각과 당우의 역할을 살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다. (02)719-2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