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가톨릭 교회는 신자들에게 죄를 사해주는 대가로 기부를 받고
그 징표로 면죄부를 발행했다. 죄를 참회하고 고백하면 용서받는다고
가르치면서도 죄의 벌은 남게 되므로 기도나 선업으로 속죄할 것을
권했다. 성당 건축과 포교를 위해 돈이 필요하자 교황의 이름으로
면죄부를 남발하여 부패가 만연했다.

독일의 신학자 마틴 루터는 1517년 면죄부 폐단을 지적하는 등
`95개조 반박문'을 비텐베르크 성당에 붙여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행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통해
인간에게 은혜를 베풀어 구원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선행을
실천해야 구원받는다는 가톨릭 교리와 믿음으로만 오직 구원받을 수
있다는 루터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구원론 싸움은 결국 종교개혁의
발단이 되었고, 구교와 신교로 갈라지는 분수령이 되었다.

이후 구원론 논쟁은 종교전쟁으로까지 번져 수백만명의 희생자를
내면서 500년 가까이 계속되어 왔다. 그런 대립관계의 로마 가톨릭과
루터파 개신교가 20세기 마감 직전에 극적인 화해를 했다. 인간의
구원은 신의 사랑을 통해 이루어진다.역사적인 `아우크스부르크
선언'은 결국 종교의 본령 회귀를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신은 죽었다'고 하던 과학문명 시대에서 인간은 신에 의해 구원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는 오히려 인간의 마음을 잡아끄는 측면도 없지 않다.
1-2차 세계대전, 캄보디아 내전, 보스니아 전쟁으로 이어지는 분쟁과
학살은 끝이 없고, 기상이변과 지진 등의 대형참사까지 잦아 인류는
불안에 떨고 있다. 종말론마저 기승을 부리는 세기말적인 혼돈상황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최첨단 성능의 컴퓨터도 그 해답은
주지 못한다.

신-구교 간의 악수는 새 천년을 앞둔 시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새뮤얼 헌팅턴이 주장한 '문명의 충돌'에서 가장 우려되는 종교전쟁의
일단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그러나 기독교권과
이슬람권의 문명충돌에는 아무런 해빙의 기미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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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면봉○

-- 깨끗한 화장실 만들기 열기 확산. 내친김에 속담도 `화장실과
처갓집은 가까울수록 좋다'로.

-- 하와이서 직장 불만품고 동료 7명 사살. 사우 표정 `특이'하면
즉각 유급휴가를….

-- 여권내 기류, 이종찬씨에 싸늘해져. 또 `토사구팽'이란 말
등장하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