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천년을 앞두고 로마 가톨릭과 루터파 개신교가 화해의 손을 맞잡았다.
교황청 일치위원회 위원장인 에드워드 카시디 추기경과 루터교 세계연맹의 크리스티언 크라우저 감독이 지난달
31일 독일 남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구원론 에 대한 논쟁을 종식하는 선언에 공식 서명한 것이다.
윌리엄 킬러 대주교가 31일 볼티모루터교 교회 정문에 카톨릭과 루터교 개신교 간의 합의된 선언문을 붙이고 있다.양 교회는 5백년 가까이 계속된'구원론'논쟁을 종식하는 선언문에 서명,화해의 손을 잡았다./볼티모=AP
구원론 논쟁은 482년 전인 1517년, 신학교수이자 저명한 설교자였던 마틴 루터가 로마 가톨릭의 면죄부 판매를
비난하며 독일 비텐베르크 성당에 95개조 반박문 을 붙이면서 불붙었다. 루터의 반박문은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며
가톨릭에 심한 염증을 느끼던 대중들로부터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당시 루터의 주장은 인간은 신앙만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 는 것이었다. 이는 인간은 신앙과 함께 선행을 쌓아야 한다 는 로마 가톨릭의 구원론에 맞서는
것이었다. 이후 로마 가톨릭과 루터파 개신교는 구원론을 둘러싼 종교전쟁을 시작, 30년 전쟁 등 수백만명이
종교의 이름으로 피를 뿌렸다.
500년이 지난 시점에서 아우크스부르크 선언 은 인간의 구원은 선행에 의해서가 아니라, 신의 사랑을 통해
이뤄진다 고 천명, 한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왔던 두 진영을 화해시켰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화해 선언을 기독교 통합의 초석을 놓은 것 이라며 몇 세기만에 처음으로 우리가 함께
같은 길 위를 걷고 있다 며 크게 환영했다. 서명식이 거행된 아우크스부르크 교회에는 신-구교의 화해를
축복하기위해 가톨릭 신부와 개신교 목사를 포함, 세계 20여개국 성직자 대표단 등 700여명이 참석해 기쁨을
나누었다.
그러나 이 날이 있기까지 두 진영은 지난 60년대부터 끊임없는 협상을 벌여왔다. 지난 73년에는 가톨릭-루터교
합동위원회 를 구성, 공동저술을 발표하는 등 신뢰 회복의 발판을 마련해왔다.
이번 선언 이후에도 가톨릭과 개신교가 풀어야할 과제는 적지 않다. 아직도 교황의 지위 와 성체성사 등과 관련, 두
진영의 교리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카시디 추기경은 아우크스부르크 선언 을 두고 우리
앞에 남아있는 문제들을 극복할 수있는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