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메는 특정한 집단에서 힘이 약하거나 개성이 뚜렷한 개인을 따돌리고
괴롭히는 행위를 뜻하는 일본어이다. 이지메 현상의 원조인 일본에서 한
여고생이 자신의 이지메 체험을 기록하여 화제가 된 '17세'(자연사랑간)라는
책이 있다. 저자 이노우에 로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에게 집단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실토한다. 그녀에게
가해진 동료들의 이지메는 경증 장애자인 오빠와 자신의 강한 개성 때문이다.
동료 학생들은 오빠를 장애자라고 놀리며 때리고 로미를 건방지다고 때렸다.
그리고 선생님의 무관심과 편견은 로미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정신적, 육체적 폭력을 당하는 그녀에게 학교는 고통의 장소가 되어버린다.
전학을 가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나'라고 주장하며 살고 싶어하는 사람을
학교는 인정하지 않는다. 학교는 사회적 힘에 굴복하지 않으면 절대 손해라고
가르친다. 저자는 독특한 개성을 인정하지 않고 이단으로 취급하는 일본
사회의 집단적 분위기를 비판한다. 로미에 따르면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인격과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다. 어른들은 곧잘 그들의 편견으로 '문제
학생'이란 허상을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반항하고 '튀는' 여학생이 아니다. 저자는 원조교제나 애인만들기에
비판적이다. 예를 들어 원조교제는 돈으로 몸을 사려는 어른들이 편견과
위선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비판한다. 요즘 학생들이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피터팬 중후군까지 만든 것이 기성세대라는 것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모업실격: 엄마의 자격 상실시대'는 그녀의 어머니가
쓴 책이다. 어머니는 이혼한 후 두 남매를 주변의 편견과 따돌림으로부터
보호하고 역경을 이겨내도록 도와준 훌륭한 분이다. 왜 자신의 몸을 이런
모습으로 낳으셨냐고 엄마를 원망하는 자식에게 그녀는 희망의 길을 보여주었다.
남매가 자폐아, 반항아, 비행청소년이 되지않은 것은 어머니의 헌신적인 노력
때문이다. 어머니는 한때 교사와 학교 당국에 항의하는 극성스런 어머니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성공적으로 자식들을 키운 자랑스런 분이다.

이 책들은 한 평범한 여학생이 친구들로부터 어떻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고통을 받는지, 그리고 이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매우 쉬운 문체로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지메는 비단 초중고교에서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
대학이나 직장, 사회 각 분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대학에서
쫓겨나는 교수도 있고 직장에서 쫓겨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사회는 개성,
자유, 비판을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고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이 부족한 것
같다. (고려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