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순 없다"...결정론적 세계관에 타격 ##

자연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 뉴턴이
완성한 고전물리학에 의하면 이것은 원리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하늘에 던져진 공이 낙하법칙에 따라 떨어지듯이, 우리는
미래에 일어날 물체의 운동 과정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의하면 아무리 정확한 물리법칙이라
하더라도 어떤 한계 내에서는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일이 불가능하다.

20세기 사상의 커다란 흐름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자연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통계적이고 비결정론적인 세계관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19세기
초 뉴턴 역학을 바탕으로 해서 완성된 라플라스(프랑스 물리-천체학자)의
세계는 완벽한 결정론의 세계였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와 뉴턴과
라플라스에 의해 제창된 결정론적 세계관은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그
대신 물리 세계에서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고 단지 통계적으로만
기술할 수 있다는 비결정론적인 새로운 세계관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20세기 비결정론적 세계관의 형성에 있어서 핵심에 있는 인물이 바로
하이젠베르크였다. 그는 1925년 '행렬역학'이라는 새로운 개념틀을 제안하여
고전역학과는 다른 새로운 현대물리학 체계인 양자역학을 창안한 사람이다.
1927년 하이젠베르크는 자신이 창안한 양자역학에 대한 철학적 해석인
'불확정성 원리'를 발표했다. 우리는 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고 하면
그만큼 더 짧은 파장의 빛으로 관찰해야 하다. 하지만 빛의 파장이 짧아질수록
컴프턴의 효과로 전자의 유동성이 커져 그 전자의 운동량에 대해서 그만큼
부정확한 값을 얻게 된다. 결국 위치와 운동량은 아주 작은 범위에서는 서로
불확실한 관계에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불확정성 원리는 곧이어 등장하는
보어의 상보성 원리와 합쳐져서 양자역학에 대한 정통 해석인 소위 코펜하겐
해석으로 구체화됐다. 불확정성 원리에 의해 지배되는 양자역학적 세계관이
야기했던 가장 커다란 논란은 사람의 관찰, 혹은 측정 행위가 측정 대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이라는 물리학 전문 분야에서의 공헌뿐만 아니라
'물리학과 철학'(1959), 자서전인 '부분과 전체'(1969) 등의 책을 통해 20세기
일반 과학사상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관찰자의 측정 행위가 대상을
결정한다는 내용은 많은 사상가들에 의해 객관주의와 실재론적 전통이 강한
물리학에서 주관주의와 관념론적인 측면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준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파울리는 양자역학이 지니는 비결정론적 성격을 종교에서 연금술적
상징들이 표출되는 집단 무의식을 다룬 칼 융의 정신분석학과 연결시켰다.
관찰자의 주관적 행위가 대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마치 소우주인 인간이
정신적으로 만다라(mandala·만다라)에 '들어가서' 우주 생성에 개입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물리적 개별 현상은 우주 전체 과정과 연결되어 있고,
부분은 전체와 상호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개별 측정행위에 의해
세계가 결정되기 때문에, 우리의 세계는 사실은 무한히 많은 세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다수 세계 해석'(many-world interpretation), 혹은 정반대로 '다수
정신 해석'(many-mind interpretation)을 제안하는 철학자들도 등장했다.

하이젠베르크는 나치 집권 이후 많은 과학자들이 외국으로 떠날 때 독일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핵개발에 관여했던
인물이었다. 이런 까닭에 그는 20세기 중반 이후 독일 과학계를 대변했고,
원자력 이용을 포함한 전후 독일의 과학 정책의 향방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하이젠베르크는 죽기 직전까지 쿼크가 물질을 구성하는 궁극적인
소립자라는 것에 대해서 회의를 표명했다. 그는 만약 자연에 궁극적인 것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물질 입자가 아니라 물질에 내재된 기본 대칭성이라고
생각했다. 고대의 철학자 파르메니데스가 제기한 근본 물질에 대한 논쟁은
20세기 후반까지도 최고의 지성들 사이에 여전히 끝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 임경순/ 포항공대교수·과학사 )


▲1958년생
▲서울대 물리학과-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 졸업, 독일
함부르크 대학 과학사 박사
▲한국브리태니커 과학 담당 책임연구원, 미국 버클리 대학 박사후 연구원
▲현재 포항공대 과학사 교수
▲저서 '20세기 과학의 쟁점'(민음사, 1995) '100년만에 다시 찾는
아인슈타인'(사이언스북스, 1997) 역서 '과학과 인간의 미래'(대원사,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