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작기법과 미학에 대한 지식은 대중의 영화에 대한 관심과 감상의
폭을 넓혀준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로우 앵글은
인물에 대한 공포나 경외감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고, 영화 '대부'의
어두운 색조는 침울한 주제에 걸맞게 조명된 것이다. 사실주의 감독은
창문이나 램프 등의 자연광선으로 비춘 영상을 선호하지만, 형식미를
추구하는 감독은 빛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빛의 상징적 효과를 극대화한다.
게리 쿠퍼와 존 웨인이 20∼30년 연하의 여배우와 공연할 수 있었던 것은
이를 즐기는 남성지배문화 때문이다.
영화학 개론서에는 이처럼 제작 기법과 분석적 비평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다. 일반대중이나 씨네마니아들이 영화의 의미를 이해하며 감상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서 읽어볼 만한 세 권의 책을 소개하겠다.
데이비드 보드웰과 크리스틴 톰슨의 공저 '영화예술'(이론과실천간)은
영화를 총체성의 미학을 지닌 예술로서 보고 접근한 책이다. 제작과정과
영화형식에 대한 설명 이외에 특히 비평적 영화분석의 실제와 사조별로
간략히 정리한 영화사가 눈에 띈다. 저자들은 카메라 위치에서 찍지 않은
홍보용 스틸 사진을 사용하지 않고, 실제 상영필름에서 발췌한 사진을
실었다. 화질은 안 좋지만 영화를 하나의 완성된 예술작품으로 인식하려는
저자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루이스 자네티의 '영화의
이해'(현암사간)에는 영화 제작과정 이외에 시나리오와 연기에 대한 설명과
영화의 이데올로기 분석 같은 영화분석의 패러다임이 소개되고 있다. 책
말미에 영화 '시민케인'을 분석한 글들이 실려 있는데 영화비평을 하고
싶은 초보자들이 참조할 만 하다. 이 책의 개정판에는 최근 영화들이 많이
다뤄져 있고 현대적 영화기법에 대한 해설이 많다. 마지막으로 토마스 소박
부부의 공저 '영화란 무엇인가'(거름간)에는 서사영화, 실험영화, 독립영화,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영화 장르별 분류와 그 특성에 대한 설명이
흥미롭다. 또한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프랑스의 누벨바그, 독일의
뉴저먼시네마 운동에 대한 역사적 개관은 매우 유익하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무엇에 의해 감동받는가. 영화줄거리나 특정장면
혹은 스타의 연기나 감독의 탈월한 연출력인가. 아니면 첨단과학기술이
보여주는 이미지 및 음향효과인가. 영화에 대한 정보와 지식은 이러한
감동의 근원을 밝혀주면서 섬세한 예술적 감지력을 키워준다.
한편, 개론적 지식도 없는 자들이 영화 '거짓말'의 상영을 막고 있다고
한다. 이번 주말 나는 시사회에 가서 이들과 싸울 것이다. 검열이 없는
시네마천국을 위해. (고려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