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이 강간과 살인 강도 등 각종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여성들에 대한 성폭행과 학대행위가 끊이지 않아 세계 최악의 성범죄 국가란 오명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접수된 남아공의 성폭행 사건은 4만9천280건.

그러나 민간기구인 '성폭행대책기구'는 실제 성폭행 사건이 연간 100만건을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성폭행 피해자중엔 18세 이하의 소녀들이 많으며 6살짜리 어린이가 성폭행 당한뒤 살해된 사건도 있었다.
올들어서도 한 브라질 여기자가 6명의 남성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14살 소녀가 성폭행 뒤 42군데를 흉기로 찔려 숨진
사건 등이 잇따랐다.
현지 언론들은 남아공 최대도시이자 산업중심지인 요하네스버그가 '전세계 성폭행의 수도'로 전락했다고 탄식하고
있다.

횡행하는 성폭행은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 확산의 주범으로도 꼽힌다.
최근 남아공의 HIV감염자 수는 하루에도 1천500명씩이나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HIV감염자가 성폭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성폭행 이외에 살인 강도 등도 끊이지 않는다.

남아공의 살인율은 미국보다 8배나 높아 10만명당 52명이 범죄행위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 98년엔 자동차 강도도 8%나
늘었다.

17초 마다 한 건 씩 흉악범죄가 일어난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이처럼 범죄행위가 횡행하는 원인으로는 가난과 높은
실업률, 열악한 교육수준, 인종갈등 등이 지적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인 성폭행의 경우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주요 요인으로분석된다.
민간기구인 성평등위원회(CGE)의 조사에 따르면 남아공 사람들의 14%가량은 경우에 따라 여자에 대한 구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강간 원인이 피해여성의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는 응답자도 3분의 1이나 됐다.
이 나라 국회의원의 30%가 여성이고 여성각료도 3분의 1이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은 9일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에 대한 폭력행위의 중단을 호소했다.
전체 국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에 대한 권리가 무시되는 한 남아공의 민주화는 절반 밖에 성취될 수 없다고 음베키
대통령은 강조했다.

그러나 실업과 빈곤, 인종 갈등, 교육 등 산적한 난제들이 풀리지 않는 한 남아공 거리에 깊게 드리워진 범죄의 공포가
사라지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