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바지는 튤립 무늬가 달린 새 바지가 되고, 쓸모없는 자투리
천이 조각보로 변했다. 무엇이든 어머니 손을 거치면 마술처럼 바뀌었
다. 많은 일을 손수 해결했던 한국 어머니들의 생활지혜는 '솜씨'란
말로 우리네 삶에 녹아있다.
서른 다섯에 홀몸이 돼 딸 셋을 키워온 윤순모(70)씨. 이젠 중년이
된 세 딸이 어머니의 칠순잔치를 대신해 '울 엄마의 70년 솜씨전'이란
조촐한 전시회를 마련했다.
앞줄 가운데부터 시계방향으로 어머니 윤순모씨와 양희경-희은-희정씨 자매.
양희은(47·가수)-희경(45·배우)-희정(41·대학강사)씨가 윤씨의
세 딸이다.
윤씨를 모시고 사는 맏딸 희은씨는 "어릴 때 엄마가 지어준 옷을
입고 나가면 동네 아이들이 모두 부러워 했다"며 "평범하지만은 않은
작품을 딸들만 보기가 아쉬워 어르신부터 손주 아이들까지 한자리에
펼쳐 보여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둘째 희경씨의 말에 따르면 윤씨는 "너무 일찍 태어나 '딴따라'가
못된 분"이다. 젊은 시절엔 미용-요리-복장 학원을 다녔고, 요즘은 그
림 그리기, 수 놓기를 하며 나이 드는 것을 잊고 산다. 막내 희정씨는
"마지막으로 아들을 바라고 나를 낳은 어머니는 소리놓고 울어보지도
못했다"며 "지루한 일상생활이나 나이 드는 것을 잊고, 끊임없이 뭔가
를 배우고 만드는 어머니를 존경한다"고 했다.
13일부터 27일까지 강화도 프란스·인 미술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
회에는 조각보, 서랍장, 병풍 등 생활소품 60여점이 선보인다. 패브릭
콜라쥬, 포크아트, 퀼트 같은 어려운 용어는 몰라도 그만이다. 미국에
있을 때 아트스쿨까지 다니며 배운 작품은 섬세함과 미적 감각,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난다는 평이다.☎(032)933-92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