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화엔 슬랩스틱이나 난센스 코미디를 넘어 지저분하고 실없는
코미디 전통이 한줄기 내려온다. 존 휴스턴의 007 패러디 `카지노 로
열'(67년), 멜 브룩스 `불타는 안장'(74년), 주커 형제 `에어플레인',
짐 캐리 `에이스 벤추라', 그리고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로 이어진다.

마크 마이어스는 90년대 그 전통을 잇는 코믹 스타다. `웨인스 월
드'1-2편, `나는 도끼부인과 결혼했다'를 거치며 나름대로 고정 팬을
거느린 재주꾼이다.

그가 1인3역을 한 `오스틴 파워'(Austin Powers:The Spy Who Shagged
Me.24일 개봉)는 천박한 코미디의 결정판이다. 자본과 특수효과, 만만
찮은 창의성까지 가미했다. 한국엔 상륙하지 않았던 97년작의 속편이
지만 전편을 압도하는 성공을 거두고있다. 바보스런 60년대 영국 스파
이 오스틴이 악당 닥터 이블과 엎치락뒤치락 대결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스토리는 중요하지 않다. `오스틴 파워'엔 끈질기게 허리
아래를 물고 늘어지는 섹스 난센스들이 질펀하다. `007 나를 사랑한
스파이'를 패러디한 제목에서 `shag'는 성관계를 뜻하는 속어. 여주인
공(헤더 그레이엄) 이름은 `Shagwell'이고, 오스틴이 타고 다니는 재
구어는 `섀구어'다. 남자 성기를 상징하는 은어, 속어 10여개를 바톤
넘기듯 이어가는 장면도 두차례.

분뇨와 방귀, 거북한 편견과 조롱도 난무한다. 영화에서 여자들은
육체밖에 쓸모가 없다. 뚱보와 난쟁이도 노골적으로 비하한다. 따져
탓하기도 우습다. `그래, 나 저질이다'하고서 미친 척하는 데야.

`오스틴 파워'는 오프닝 자막과 내레이션부터 `스타워즈'를 흉내
낸다. 007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영화들을 패러디하고, 미국적 대중문
화 코드들을 양껏 범벅한다. 제리 스프링어 쇼, 프로그레시브 록그룹
알런파슨스 프로젝트, 듀오 웽청, 트리오 바나나라마를 모르면 한순간
웃을 수 없다. 윌 스미스가 아들과 함께 출연한 랩 비디오 `Just The
Two Of Us', 스타워즈 2편 `제국의 역습'을 보지않은 관객에게도 썰렁
한 순간이 온다. 반짝 출연하는 스타들도 지나치기 쉽다.

그래서 `오스틴 파워'는 나이와 감각에 따라 편차가 크겠다. 실컷
킬킬대며 봤다 해도, 정작 극장을 나설 땐 `재미있었다'고 내놓고 말
하기가 꺼림칙할 영화다. .


○…'오스틴 파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터넷 개봉을 한다. 24일
극장 상영에 맞춰 24일부터 8월15일까지 매주 토, 일요일 밤 10시에
인터넷으로 영화를 상영한다. 하나로통신 ADSL 가입자 대상. 관람료
6000원중 3500원을 하나로 통신측에서 부담해 접속 관객은 2500원을
내면된다. (02)318-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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