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 씨랜드 화재에서 살아난 유치원 어린이들이 사고
당시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6∼7세 어린이들은 충격에 예민한 반면 이겨나갈 힘이 모자라 큰
후유증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소망유치원 달님반 임아현(6)양은 사고 이후 밤에 불을 켜고 잠을
잔다. 말수도 줄었다. 아현이는 30일 새벽 씨랜드 근처의
여관에서 아빠와 삼촌을 만났을 때도 멍한 표정만 지었다.
아버지 김일환(33)씨는 {아현이가 밤에 자다가 깜짝깜짝 놀라
깨곤 한다}며 {그 때마다 곁에 누군가 함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다시 잠에 든다}고 말했다. 아현이는 사고당시
맨발로 탈출하다 발바닥에 화상을 입어 아직도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이 유치원 박유정(5)양도 비슷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 양쪽 발에
각각 2도, 3도 화상을 입고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유정이는
하룻밤에도 몇 번씩이나 깨 아빠 엄마를 찾는다. 아버지
박방주(39)씨는 {유정이가 악몽을 꾸는지 잠자다 몸부림을 치며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지르곤 한다}며 {후유증이 남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김은(7·달님반)양은 평소보다 오히려 잠이 늘고 무기력해졌다.
어머니 박정순(39)씨는 {사고를 겪은 뒤부터는 초저녁만 돼도
잠자리에 든다}며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다며 자주 업어
달라고 한다}고 걱정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어린이도 있다. 18명이 숨진 301호실에
배정됐다가 동생을 돌보기 위해 2층 동생방으로 잠자리를 옮겨
목숨을 건진 김은성(6)군. 은성이는 동생과 함께 불길을 헤치고
나왔지만, 301호에 같이 있었던 고종사촌 도현(6)이와 외사촌
세라(6)는 숨졌다. 지난 1일 부모님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은성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아버지 김동영씨는 {은성이가 참혹한 광경에 많이 놀란 것 같아
동생과 함께 신경과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사고일인 6월30일이 생일이어서 캠프에 가지 않은 이은송(6)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친구들이 죽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을까 봐
사고 얘기도 꺼내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대의대 소아정신과 홍강의 교수는 {아이들은
당시의 경험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태}라며 {이상증세가 한 달 이상 가면 전문의의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2일 화재 현장에 있었던 500여명의 어린이를
상대로 심리치료를 무상으로 실시토록 서울-경기 교육청에
지시했다. 이에 따라 정신과 전문의 심리치료사 등 8명으로
구성된 심리치료팀이 서울 공릉 미술학원 등 4곳에서
진료활동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