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적인, 그래서 진짜같은 예수 ##.

2000년 전 예수가 극장가에 나타났다. 그것도 새로운 모습으
로. '가든 오브 에덴'에서 예수는 강하고 완전한 신이 아니
다. 귀엽고 총명한 소년, 현실을 힘겹게 살아내는 우리처럼 약
한 인간이다. 어머니가 목욕도 시키고, 아버지가 결혼 재촉도
한다. 신발을 깁고 빨래를 하며 눈물도 흘린다. 게다가 장님 눈
도 단번에 제대로 뜨게 하지 못하고 간신히 해낸다. 불완전하지
만 그래서 오히려 진짜 있을법한 그런 존재다.

복음서는 12살부터 30살까지 예수 삶에 대해 아무 말이 없
다. 생애 전체로 보면 서론과 결론만 있고, 본론은 없는 셈이
다. 그동안 결혼을 했다느니, 인도에서 요가를 배웠다느니 소문
만 무성했다. 당연히 기독교 안에서는 이 부분 다루기를 금기로
여겨왔다.이 점에서 '가든 오브 에덴'은 단순한 영화이기를 넘
어 성경책 결본을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달라트리 감독은 이 '기록되지 않은 시간'을 사해문서를 비
롯한 자료들과 복음서 정신에 근거해 그려냈다. 예수는 아버지
요셉과 함께 목수 일을 한다. 로마에 저항하는 젤롯당에 얼결에
연루돼 쫓기고, 사막 대상을 따라 순례에 나선다. 인도에까지
가지만 오히려 거기서 하느님 흔적을 발견한다.

어디에 가든 결국 다 하느님 뜻임을 깨닫고 귀향길에 오른
다. 도중에 광야를 헤메다 은둔 집단인 쿰란 공동체에게 구조된
다. 거기서 수련을 거쳐 종교 경험을 하고 마침내 우리가 아는
예수가 된다.

태어날 때부터 신이라는 정통교리적 예수상을 영화는 철저히
해체한다. 해방신학의 못먹어 뼈만 앙상한 예수, 종교신학의 보
살처럼 가부좌한 예수,그리고 여성신학이 보여준 가슴있는 예
수. 이 모두에서 예고한, 오늘 새롭게 갈망하는 예수현상을 오
히려 주류 성서전통적 입장에서 재해석하는 셈이다.

독일 해석학 거장 가다머는 수많은 텍스트 해석원리를 제시
했지만 최초 질문이자 마지막까지 묻고 싶은 것은 하나라고 했
다. "신이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성육신)은 도대체 무엇을 뜻
하는가". 이 영화는 가려있는 예수 삶을 단서로 이 물음을 되짚
어 묻는다. 인간이 신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 김종서/ 서울대 종교학과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