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과가 '배고픈 학문'으로 외면당하고 있다.
문사철, 즉 문학 사학 철학 등 전통적 학문으로 불려지는 인문학과를
지망하는 대학생들이 부쩍 줄어들고 있다. 인문학 강좌가 폐강위기에
몰린 대학도 있다. 덕성여대는 올해 3학년 학생들의 학과지원을 받았다.
영문과 100명, 전산학과 120명, 경영학과 57명인데 비해 국문과 48명,
독문과 8명, 사학과 2명, 철학과 1명이었다.
취업에 유리한 실용학문에만 강의실이 넘칠 정도로 학생들이 몰리는
현상은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서강대도 영문학과 200명, 경영학과
485명인데 비해 불문학과 12명, 독문학과 14명이다.
학생들이 인문학 강좌를 외면해 폐강되는 경우도 많다. 숙명여대는
올해문과대 623개 강좌가운데 '한국종교사의 이해'등 17개 강좌를 수강
생이 없어 폐강했다.
대학관계자들은 학부제 시행이후 이런 '부익부 빈익빈'현상이 나타났
다고 말한다. 대학경쟁력을 높이기위한 방안으로 '소비자(학생)중심 교
육'을 하자는 취지는 좋았으나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의 양분화 현상을
낳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IMF이후 대졸자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이런 경
향이 확대됐다. 작년 한국대학연구소가 전국 22개 대학 교수 523명을 대
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학부제 반대가 83.6%였다.
인문학 전공 교수들은 교육에 시장원리를 도입한 정책을 비판하면서
한편으로는 자기반성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 인문대 교수들은 지난달말
대학본부에 제출한 '인문대학 발전계획안'에서 "인문학이 지나치게 세분
화된 전공사이의 높은 장벽으로 실천적 면모를 상실했고, 새로이 등장한
영상매체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많아 급변하는 문화환경에 뒤처지고
말핫다"고 스스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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