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금강'의 시인 신동엽 30주기 추모 문학제가 3일
오후 6시40분 충남 부여군 부여 청소년수련원에서 열렸다. 민족문학
작가회의와 대산문화재단이 시인의 고향에서 마련한 이날 학의 밤에
는 소설가이문구 김남일씨, 평론가 구중서 강형철씨, 시인 황명걸 도
종환씨 등 문인과 독자 3백여명이 참석했다.
신동엽 문화제에서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노래패 '느티나무'. /박해현기자
'그리운 그의 모습 다시 찾을 수 없어도/울고 간 그의 영혼/들에
언덕에 피어날지어이.' 신동엽 시인의 생애를 담은 슬라이드 상영 중
낭송된 그의 서정시 '산에 언덕에' 마지막 구절이 이날 밤의 분위기
를 상징적으로 대변했다. 슬라이드중엔 시인과 부부 싸움을 한 부인
이 같이 찍은 사진 중 자신을 오려낸 것도 있어서 객석을 웃음 바다
로 만들었다.
시인 김송희 이원규 박영근씨 등의 신동엽 대표시 낭송, 시인 곽
재구 유용주 안연옥씨 등이 신동엽 시인을 기리며 쓴 창작시 낭송,타
악기연주자 신기용씨의 '꾸밈없이 아낌없이 금강을 노래하자' 공연,
노래패 '느티나무'의 신동엽 시 '담배연기처럼' '산에 들에' 노래 발
표, 민족예술단 '우금치'의 풍물놀이 등으로 진행됐다.
시인 조재훈씨는 이날 강연에서 "신동엽의 시를 두고 일부에선 단
선적이라고들 하는데, 그의 시를 자세히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라며
"그의시에는원시생명주의, 페미니즘 ,무정부주의, 노장사상, 동학 정
신 등 폭넓고 다양한 주제의식이 들어있다"고 강조했다. 조씨는 또
"신동엽시의 핵심은 외경과 연민"이라며 "그는 외경을 통해 종교성을,
연민을 통해 가난하고 불쌍한 생명에 대한 관심을 표현했다"고 풀이
했다.
이날 문학의 밤이 끝난 뒤 논문집 '민족시인 신동엽'(구중서 강형
철 엮음·소명출판) 출판기념회도 열렸다. 이 책에는 백낙청 김우창
신경림 김주연김종철 염무웅 김영무 조태일 강은교 채광석 성민엽씨
등의 신동엽론이 들어있다. 지난 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한
시인의 장시 '이야기하는쟁기꾼의 대지' 초고를 쓴 대학노트, 신동엽
시인이 60년 4.19 혁명 직후만든 '학생혁명시집' 표지 등등 희귀한
자료 사진들도 수록했다.
시인의 미망인 인병선씨(짚-풀-생활사 박물관장)는 "그는 지난 30
년 동안 부여에서 조차 불온한 인물로 여겨졌다"라며 "35주기나 40주
기 쯤 가족들이 보관 중인 유품들을 전시할 기념관이 건립된다면 그
가 진정으로 민족시인으로서 금의환향하는 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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