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슈얼리티 강의'
한국성폭력상담소 엮음
동녘, 9000원.

섹슈얼리티는 성적 특성이다. 생물학적 특성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남성과 여성에 주어진, 그리고 이들 성이 창조한 특성이다.
섹슈얼리티 연구는 몸에서 출발, 사회적 권력 관계, 정치로 확대된다.

'몸'이 본격적으로 페미니스트들의 학문적 연구 대상이 된 것은 80년
대 후반에 이르러서다. 개인을 정치적 주체라는 관점에서 연구하는 이
들은 성차와 섹슈얼리티에 주목한다. 지배와 피지배의 정치 역학은 성
(차)에서 탄생하고 재생산, 지속되기에 이를 바로 잡으려는 전복의 정
치 역시 섹슈얼리티 연구에서 출발한다는 논지다.

이 책은 현실과 학문 연구의 시차를 최대한 좁혔다는 데 무엇보다 큰
미덕이 있다. 대부분 석-박사를 마친 젊은 연구자인 필자들은 '90년대
이땅의 성 문화와 성 담론'(조영미)을 읽어내고, 영화(주유신), 포르노
(윤자영), 다이어트(한설아) 매춘(원미혜) 낙태(이숙경) 여성 동성애자
(박민선) 성폭력(변혜정) 등 한국, 오늘의 일상에서 접하는 섹슈얼리티
의 정치적 현장에 성실하게 집중한다. 그러나 대부분 글이 여성의 섹슈
얼리티를 여전히 피해자의 자리에 세워두고 있는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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