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술가들이 본 '천년동' 운명…부부갈등에 '출세운'도 적은편 ##.

♣'1999년 12월 31일 자정에서 2000년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샴페
인 터뜨리는 소리와 함께 세계 곳곳에서 아기들의 울음 소리가 울려 퍼
지기 시작한다. 세상 빛이 낯설기만 한 아기들의 모습은 카메라 렌즈에
담겨, 세계 각국으로 TV 생중계된다. 부모들은 '성공 작품'을 만들어낸
듯마냥 흐뭇해한다. 이날 아기 낳으려고 그간 얼마나 가슴 졸였던가…'.

새 천년을 여는 천년동이, 밀레니엄 베이비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나
날이 높아지고 있다. 밀레니엄 베이비를 낳기 위한 '작업 시기'로 알려
진 3월 중순∼4월 초가 가까워져오면서 온통 야단 법석들이다.

영국에서는 천년동이 탄생을 TV 생중계하겠다며 방송국끼리 경쟁을 벌
이는가 하면, '밀레니엄 베이비 낳으려면 ∼게 해라'를 올린 인터넷 사
이트들이 생겨나고 있다. 서양만큼은 안돼도 밀레니엄 베이비에 대한 관
심은 국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한번 도전해볼까' 하는 부부들도 나오
고 "한 시기에 왕창 태어나면 또 얼마나 입시·취업·결혼 문제로 시달
리겠느냐"는 '우리나라판 해석'도 잇따른다.

하지만 역술을 믿는 사람이라면, 밀레니엄 베이비 낳기 노력은 그만
두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역술인들에 따르면 "태어난 시각에 따라 차이
는 있지만 양력 2000년 1월 1일생은 전체적으로 사주가 좋지 않게 나온
다"고 한다.

'새 천년 새 기운이 흘러 특별한 운을 갖고 태어나지는 않을까' 하며
밀레니엄 베이비에 거는 부모들 기대감과는 어긋난다. 새 천년을 시작하
는 날이라는 것이, 사주의 좋고 나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도 않는다고
한다. 밀레니엄 베이비는 넓게는 2000년에 태어난 아이들을 포함하기도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양력 2000년 1월 1일생, 음력 1999년 11월 25일생
이다. 만세력에 따르면 기묘년-병자월-무오일로 나와있다. 사주 중 연주-
월주-일주까지 정해진 셈이다.

한 역술가는 "태어난 시가 어떻더라도 상당히 나쁘게 나오는 사주"라
며 "무오일은 무토가 오화를 깔고 있는 형국으로 대개 부모나 형제와 떨
어져 힘들게 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토끼는 음의 해로, 음의 성
격을 갖는 딸 아이에게는 더욱 좋지 않다고도 했다.

역술가 백운산씨도 "이날 태생이 여자라면 남편이 사망하거나 남편과
이별수가 있고, 남자라면 부부간 갈등을 빚고 출세 길이 별로 안 좋게
나온다"고 했다.

역술가들은 음력 1999년 11월 25일은 기본적으로 연과 월 사이에 형
살이 들고 월과 일 사이에 충살(부딪힘)이 끼어있는 날이라고 한다.

기묘년의 묘와 병자월의 자가 형 관계에, 병자월의 자와 무오일의 오
가충 관계에 있다는 것.

오행으로 풀어보아도 그다지 좋게 나오지 않는다. 오행상 기묘년의
기-묘는 토-목을, 병자월의 병-자는 화-수를, 무오일의 무-오는 토-화를
의미한다. 연주의 토와 목, 월주의 화와 수는 상극 관계에 놓여있기 때
문이다.

사주에 도화자인 자-오-묘-유 중 세 개나 들어있어, 도화살이 있다고
풀이하는 역술인도 있었다. 도화살은 요즘들어 성적 매력을 풍기고 활동
성이 강한 기운으로 재해석되기도 하지만, 남자는 주색을 밝히고 여자는
외간 남자를 만나거나 배우자와 분란을 일으킨다고 그간 풀이돼 왔다.

그렇다면 시별로 봤을 때 이날 태어난 아이들의 운세는 어떻게 차이가
날까. 역학에서 연주는 조상, 월주는 부모, 일주는 자신을 의미하고 시
주는 자식 운세를 뜻한다고 한다. 역술인 변만리씨는 '한국사주입문'에
서 "연주는 조상과 아버지와 초년 운세를, 월주는 어머니와 형제 운세를,
일주는 나자신과 배우자 운세를 암시하며 시주는 자식과 말년 운세를 암
시한다"고 했다. 역술인 백광씨는 "사주에서 자기 몸(기신)을 대표하는
일주가 제일 중요하지만, 시주도 전체 운의 30∼40%를 좌우할 정도로 중
요하다"고 했다.

역술인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자시-축시생 운이
특히 안 좋고, 인시-사시-술시생 운은 그중 괜찮은 것으로 얘기했다. 임
의로 밤 11시∼새벽 1시인 자시에 태어난 밀레니엄 베이비 사주를 역술
가들에게 물어보았다.

역술가 임창빈씨는 "무오일은 불(화)이 땅(토)을 품고 있는 날로, 기
가 세고 남성적 힘이 넘치는 날"이라며 "남자 아이면 아주 남자답지만,
여자 아이면 여자답지 않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임씨는 "자시생이라 하면 자월과 자시의 자가 두번 부딪쳐 무오가 버
티지못해 땅이 요동치는 형국이고, 나무가 화기를 북돋아도 뿌리가 힘
쓰기 어렵다"고 했다. 남자 아이라면 초년 운은 무난하지만, 20∼30대
로 가면서 그다지 좋지 않고 늦복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날 태어난 자시생을 놓고, 역술인 최봉수씨는 "겁재가 들어 있어
배다른 이복 형제가 생기거나 한쪽 부모를 일찍 잃고 계모가 생길 수도
있는 사주"라고 했다. 최씨는 또 "신경이 예민하고 천재 능력을 발휘하
는 것 같지만, 지구력이 부족하고 결국에는 실수를 잘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백광씨는 "해-묘-미는 삼합 관계에 있어 토끼해인 기묘년에 태어난
해시, 묘시, 미시생은 운이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라며 "자시-축시생은
이혼이나 별거수가 있고, 끈기가 부족해 학업이나 사업을 중도에 마칠
수도 있다"고 했다.

물론 역술가들이 이 날 태어난 아기 사주에 대해 100% 부정적인 것
만은 아니다. 역술가 박일우씨는 "2000년이란 해는 과거 천년 동안 묵
었던이끼가 걷히고 새로운 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해"라며 "새로운 정신
을 가진, 다시 말해 머리가 영특한 아이가 태어날 수 있다"고 했다.

월간역학의 역술가 오재학씨는 "추운 겨울날(음력 11월)에 꽁꽁 얼어
붙은 무토를, 월과 일에 들어있는 화가 녹여주는 모양"이라며 "재능이
있고 성공 가능성을 내포한 기운이 들어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고 말했
다.

사실 동양 역학으로 볼 때, 진짜 새 천년이 열리는 날은 양력이 아닌
음력 2000년 1월 1일일 수도 있다. 토끼해에서 용의 해로 넘어가는 이
날은 양력으로 2000년 2월5일. 음력으로는 경진년-무인월-계사일인 이
날 사주는 또 어떨까.

결론적으로 역술가들은 "썩 좋지는 않지만 양력 2000년 1월 1일생보
다는 그래도 조금 낫다"고 한다. 최봉수씨는 "학구적인 기질이 있으면
서 양순하고 나약한 편"이라며 "여자라면 괜찮아도 남자는 지나치게 소
심할 수 있다"고 했다.

임창빈씨에 따르면, 해시생은 남녀 모두 무난하며 축시-신시-유시생
은 남자가 여자보다 운이 좋다고한다. 나머지 시에 태어난 사람은 대체
적으로 남자일 경우 불길하고 여자 운이 좋게 나왔다.

오재학씨는 "원래 경진년은 운이 확 바뀌는 기로에 있는 시기로 해석
된다"며 "이날 사주가 별다른 특징을 보이지는 않지만 큰 일을 도모하
고 나라의 주역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해석했다. 오씨는 "경진년생이
라면 음력 3,6,9,12월생이 좋고, 특히 음력 3월생 운이 좋다"고 했다.

어쨌거나 양력이든 음력이든 2000년 첫날이 역술적으로 그다지 좋게
나오지 않는다는 게 대부분 역술인의 말이었다. 백광씨는 "밀레니엄 베
이비에 몰리는 관심은 큰 뜻이나 과학적 검증 없이 기분상으로 '새로운
세기 새해 첫날이니까 설마 좋지 않겠냐' 하는 바람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양력 2000년 1월 1일의 앞 뒷날인 1999년 12월 31일이나 2000년
1월2일은 또 사주가 괜찮은 편"이라면서 "남녀, 시주, 부모 사주에 따
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어쨌거나 양력 2000년 1월에서 3월 사이는 운세
가 과히 좋지 않으니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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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인들의 시각
"음력 2000년 1월 1일생 운세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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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술인들 뿐 아니라 무속인들도 밀레니엄 베이비 운세에 대해 대체로
안 좋게 말했다. 이들 역시 새 천년 시작을 알리는 날에 태어났다고 해
서 특별히 운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면서, 별로 좋지 않다고들 했다.

공무원 출신인 무속인 고옥재씨는 "여자아이일 경우 팔자가 센 편으
로 사회 활동을 할 수는 있지만 내적 생활에는 부족함이 따르고, 남자
아이는 크게 이름을 날리거나 망하는 식으로 인생 굴곡이 클 수 있다"
고 했다.

무속인 심진송씨는 "밀레니엄 베이비에 몰리는 관심은 '88년 용띠해
에 아이를 낳으면 좋다'고 했던 것과 별 차이가 없다"며 "부모나 동기
간에 인덕이 부족하고 머리 면에서도 자기 혼자 노력해야 하는 운으로
별로좋지 않다"고 했다. 심씨는 "이 때 태어난 아기가 부모를 이별시키
는 게 보인다"고도 했다. 무속인 김명숙씨는 "기묘년 사주는 깨질 파가
들었다"면서 "이럴 때 태어나면 병약할 수 있으니 건강을 염려해야 한
다"고 했다.

무속인 권상훈씨는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천년에 커다란 관심을 갖
고 있으면서도 불안과 초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며 "바다와 사막이
늘어나는등 지구촌 삶의 형태가 변하기 시작하는 이 때 태어난 아이들
운명이 그리 밝지 못하다"고 했다.

무속인들 역시 양력 2000년 1월 1일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력 2000
년 1월 1일생 운세를 더 좋게 내다보았다. 김명숙씨는 "기운이 강해 사
회활동을 하게 될 여자아이들이 많이 태어날 것 같다"며 "예전에는 여
자 운이 이렇게 나오면 안 좋게 봤지만 시대가 달라져 좋게 볼 수 있다"
고 했다. 고옥재씨는 "사생활은 별로 좋지 않아도 경진년 정월 초하루
생은 머리가 참 좋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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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도 극성
"아기 낳으면 주택자금 1억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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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1월 1일 아기 낳으면 1억원 드립니다.'.

밀레니엄 베이비 얘기가 화제를 낳으면서 '밀레니엄 베이비 마케팅'
도 등장하고 있다. 국내 레저업체 레저스포츠코리아는 지난 1월 바닷가
에서 '21 밀레니엄 출산 캠프'를 열어 참가 부부가 2000년 새해 첫날
아이를 낳을 경우 주택 구입자금 1억원을 준다고 발표했다. 텐트 속에
서 각각 부부끼리 사랑을 하게 한다는 깜짝 아이디어였지만, 접수자가
부족해 캠프 계획은 일단무산된 상태. 회사측은 내용을 좀 바꿔 이와
관련한 후속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2월부터 '밀레니엄 베이비 축제'를 벌이고 있는 경기도 용인 에
버랜드. 놀이공원을 찾은 사람들 중 방문일을 전후로 일주일 사이에 백
일이나 첫돌을 맞은 아기에게 분유, 기저귀, 장난감 등 유아용품을 선
물하고 있다.

해당 기간 출생을 확인할 수 있는 출생증명서, 의료보험증, 주민등
록증을 제시하면 된다.

엄밀히 말해 밀레니엄 베이비 개념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호응이 좋
아 내년 2000년 1월 31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사실 밀레니엄 베이비 마케팅이 붐을 일으키는 곳은 외국이다. 서양
에서는 지구촌 사람들이 꼽는 '새 천년을 맞이할 곳' 중에 밀레니엄 베
이비가 태어날 산부인과도 꼽힌다. 인터넷 웹사이트들은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을 담아, 천년동이 낳기를 부추긴다. '밀레니아', '밀로',
'밀리아' 등 천년동이 이름 후보까지 나오고 있다.

영국 방송국 ITV는 사전 계약한 부부 10쌍에게 4월 10일 '사랑'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BBC 역시 밀레니엄 베이비 출생을 생중계하기 위해
부모나 분만실과 계약을 체결 중이라고 한다.

'천년동이 출연으로 시청률을 높여보겠다'는 방송국들의 이같은 경쟁
으로, 영국은 2000년에 인구가 예년보다 1.5%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까
지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아예 정부가 나서서 '천년동이 낳기 마케팅'을 펴고 있는
듯 하다. 2000년 1월 1일생 전원에게 옷과 장난감을, 그 중에서도 제일
처음 태어난 아이에게 고급 승용차를 경품으로 내놓을 계획으로, 인구
감소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아기 탄생을 상품화시킨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영국의 한
기독교단체 대변인은 "아이는 새 삶을 위해 세상에 나오지, 밀레니엄을
위해 나오는 게 아니다"며 "어느 날 태어나는지가 뭐 그리 중요한지들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