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황 지속…정부·기업 구조조정에 '빅딜' 관리까지 ##.
♧ 세계적인 회계컨설팅그룹인 아서 앤더슨 서울사무소 소속의 컨설
턴트 정병헌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출근시간이 오전 8시로 당겨졌다. 공
기업 K사의 경영진단 컨설팅을 맡으면서 이 회사의 출근 시간에 맞춰
출근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씨는 이 회사 직원들처럼
오후 4시에 퇴근할 수없다. 퇴근시간은 보통 밤 10∼11시. 컨설턴트는
프로젝트에 따라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 단위로 수시로 직장이
바뀐다'고 한다.
정씨는 보통 주당 60시간 이상을 근무한다. 아서 앤더슨 소속 컨설
턴트들이 15일 단위로 작성하게 돼있는 근무시간표에는 보통 110시간
정도가 기록된다. 하지만 이 근무시간표는 고객에게 청구할 시간당 컨
설팅수수료의 근거자료이기 때문에 자체적인 회의시간, 점심시간 등은
아예 빠져 있다.
흔히 '듀 데이트(due date)'라고 부르는 최종 보고서 마감일이 다가
오면 이 시간은 기하 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정씨가 지난해 8월 워크아
웃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중견 컨테이너 제조업체 A사에서는 230시간을
기록한 적도 있다고 한다. 일요일을 빼면 하루 18시간의 중노동을 했다
는 얘기가 된다. 3주 만에 끝내야 하는 이 프로젝트에서 정씨는 '하루
건너 밤새워 일하는'초인적인 생활을 해냈다.
정씨가 속해있는 컨설팅팀의 이충노 부장(37)은 "아서 앤더슨의 한
임원은 지난해 금융권 구조조정 당시 주당 180시간을 일한 것이 미국
본사에 보고돼 세계 최고 기록이라며 화제가 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최근 들어 보통 2.5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고 있다. 작년
초반 겨우 1개의 프로젝트 달고 다니던 때에 비하면 일이 급증한 셈이
다. '발 볼 틈이 없다'고 할 정도이다. "일이 너무 많아 버틸 수 없다"
며 그만 두는 컨설턴트들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정씨는 "컨설턴트들은
기본적으로 일을 좋아하는 워커홀릭이 아니면 할 수 없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일이 없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씨가 일이 없어 걱정할 일은 당분간은 없을 듯하다. IMF
이후인 지난해 중반부터 폭발하기 시작한 국내 컨설팅 시장이 좀처럼
기세가 죽을 기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IMF 직후 4∼5개월 동안 대기업들이 일제히 구조조정 컨설팅을 중단
하면서 일시적인 침체를 겪었던 외국계 컨설팅업체들은 그 이후 금융권
구조조정·부실기업 워크아웃·대기업 빅딜·공공부문 구조조정 등으로
이어지는 구조조정의 흐름 속에서 1년 가까이 대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과정에서 국내 컨설팅 시장도 지난해 2000억원 규모로 부쩍 성장했다.
이같은 추세는 향후 2∼3년간 계속될 것이라는 업계의 판단. 올 상
반기에 공공부문 구조조조정이 끝나면 하반기에는 경기가 어느 정도 회
복되면서 그동안 구조조정을 미뤄온 6∼64대 재벌그룹들이 일제히 구조
조정과 기업 장기 전략 개발에 나서면서 새로온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
라는 얘기였다.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외자 유치 등 금융서비스 분야에서도 컨설팅
시장이 활황세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올해는 국내 컨설팅
시장규모도 지난해보다 2배 정도 성장한 4000억원 선으로 예상되고 있
다.
국내에 외국계 컨설팅 회사가 본격적으로 발을 내디디기 시작한 것
은 지난 90년대 초반.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인 매킨지의 서울사무소가 91
년 문을 열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시장 자체는 극히 적었다고 한다.
그러나 문민정부에 접어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계기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모토였던 '세계화'. 아서 앤더슨 등 외국계 대형 컨설팅사들
의 서울사무소가 김 대통령이 취임한 93년부터 2∼3년새 거의 서울사무
소를 열었다.
대기업들의 잇따른 외국기업 인수, 세계화 경영과 정부의 업종 전문
화 방침 등 정권 출범기의 대기업 구조조정과 경영 혁신 바람 속에 터
전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IMF 특수 이후에는 일찌감치 국내에 자리잡은 맥킨지, 보스톤컨설팅
그룹, 아서 앤더슨 등이 뚜렷하게 두각을 드러내면서 선두 그룹을 형성
했고 AT커니, 베인 앤드 컴퍼니 등도 꾸준히 선두권을 맴돌고 있다고
한다. 97∼98년 재정경제원 해체 주장 등을 담은 한국보고서를 연속으
로 펴내며 IMF를 예고했던 부즈알렌 앤드 해밀턴은 IMF 이후 지명도가
급속도로 상승하면서 '신데렐라'로 떠올랐고 아서더리틀, 모니터컴퍼니,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등도 최근 반도체빅딜, 정부구조조정, 한빛
은행합병 등 대형컨설팅 건을 따내며 선두 그룹에 근접하고 있다고 한
다. 반면 언스트영사 등 세계적인 컨설팅그룹들이 국내에서는 고전을
면치못하는 등 외국계 컨설팅사들 간의 명암은 엇갈리고 있다.
자신들의 고객, 컨설팅 수수료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어 정
확한 매출규모를 확인할 수 없는 외국계 컨설팅사들의 성쇠를 간접적으
로 잘 보여주는 것이 컨설턴트들의 숫자. 맥킨지, 아서 앤더슨 등이 70∼
80명, 베인앤드 컴퍼니와 AT커니 등이 40∼50명선을 유지하는 데 반해,
고전하는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은 10∼20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호황으로 일단 국내 정착에 성공한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몸집 불리기와 현지 토착화 등 본격적인 경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아서 앤더슨이 올해 전체 컨설턴트 80명의 50%에 해당하는 40명
을 증원해 파이낸셜 서비스 분야를 적극 공략할 예정이고, 앤더슨컨설
팅도 지난해 11월 적잖은 신규 인력을 모집했다. 다른 외국계 컨설팅업
체들도 수시 채용을 통해 신규 인력을 충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들어 각 회사 내에서 한국인 파트너가 속속 탄생하는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전체 컨설턴트중 60∼70%
정도를 차지해온 한국인 컨설턴트들의 비중도 상대적으로 더 늘어날 것
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흔히 컨설팅업계에서 '6-64'로 부르는 6∼64대 재벌그룹
시장이 열리는 올 하반기에는 이 시장 장악을 위한 컨설팅 업체들간의
대회전이 한바탕 벌어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IMF 상황에서 입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한국능
률협회컨설팅 등 국내 컨설팅업체들도 가세할 조짐이다. 삼성경제연구
소의 이범일 이사는 `정부구조조정에서 그동안 문을 굳게 닫고 있었던
컨설팅 시장에 대한 입찰 기회가 국내 컨설팅 업계에도 주어졌다'면서
`국내 실정에 맞는 컨설팅으로 승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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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턴트의 위력
공공부문 구조조정 담당 '슈퍼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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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구조조정이 한창인 관가와 정부 출자 공기업에서는 새로운,
그렇지만 아주 중요한 로비 대상이 하나 생겨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무실을 차지하고 각 부처와 공기업 내부를 해부하면서 구조조정안을
작성하고 있는 컨설턴트들이다.
2월말 최종 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보고서 초안 작성에 여념이 없는
이들이 각 부처나 공기업 입장에서는 '염라대왕'이나 마찬가지. 컨설팅
회사가 내는 보고서가 그대로 채택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펜 끝 하
나에 따라 어느 부처가 날라가고, 어느 자리가 목이 떨어질 지 알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50대의 정부 부처 국장급 간부들과 공기업 임원들이 30대
의 새파란 컨설턴트들에게 읍소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고 한다. 수
시로 걸려오는 전화통에서는 "왜 우리가 통폐합돼야 하느냐. 절대 못한
다"는 막무가내형 주장에서 "어떻게 한솥밥 먹은 동료들을 그렇게 쉽게
쫓아낼 수 있느냐. 한번 봐달라"는 읍소형 호소까지 다양한 로비가 펼
쳐진다.
이들 컨설턴트들 중에서 상당수는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외국계 컨
설팅회사 소속. 물론 기획예산위원회가 외국계 컨설팅사들은 반드시 한
국컨설팅회사와 컨소시엄을 이루도록 입찰 자격을 제한해 그 수가 많이
줄긴 했다. 현재 정부 핵심 부처에는 대부분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이
참여해 사실상 실제 정부 구조조정도 외국계 컨설팅회사들이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앤더슨컨설팅이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아서 앤더슨이
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과학기술부, AT 커니가 노동부, 보건복지부등
을 맡고있다. 한 손에 적잖은 돈을 든 컨설턴트들이 또 한 손에 권력까
지 잡은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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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비밀은 '데이터베이스'
경영컨설팅 관련 방대한 데이터 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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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은 지난해는 물론 올해까지 국내 컨설팅 시장
을 거의 휩쓸다시피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주면서 이들에
게 컨설팅을 맡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 대해 국내 컨설팅회사들
은 "공신력과 브랜드 네임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외국계 컨설팅 회사
소속의 컨설턴트들은 "노하우와 데이터베이스"를 든다.
전세계에 지사를 갖고 있는 다국적 법인들인 외국계 회사들은 경영컨
설팅을 할 때마다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
고 있다.
전세계의 컨설턴트들이 이곳에 들어가 수십∼100년 가까이 축적해놓
은 방대한 경영 분석 사례들을 참고해 고객사에 해결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부즈알렌의 'KOL'(Knowledge Online), 아서 앤더슨의 AA Online'등
이 이런 데이터베이스들. 외국계 회사 컨설턴트들은 언제 어디서든 전
화를 통해 이곳에 접속해 참고자료를 꺼내볼 수 있다. 또 데이터베이스
내에는 게시판이 있어 전세계 수만명의 자회사 컨설턴트들에게 참고자
료를 보내달라거나 의견을 물어볼 수 있어 한국기업의 문제가 전세계
차원에서 분석되고 해결책이 제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컨설턴트는 "이 데이터베이스야말로 외국
계 컨설팅 회사들의 재산목록 1호"라고 말했다.
◇ 세계 15대 컨설팅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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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명 97년 매출액(억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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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 컨설팅 57.3
컴퓨터 사이언스 코퍼레이션 30.0
언스트 앤드 영 26.8
쿠퍼스 앤드 라이브랜드 24.0
딜로이트 컨설팅 23.0
매 킨지 22.0
KPMG 20.1
캡 제미나이 소제티 16.5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14.0
머서 컨설팅 그룹 13.4
타워스 페린 11.2
AT 커니 11.0
부즈앨런 앤드 해밀턴 10.8
아서 앤더슨 9.5
세마그룹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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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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