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주 묻는다. 시인으로서의 자아와 편집자로서의 자아가 잘 분리되느냐고. 둘은 어떻게 다르냐고. 글쎄, 잘 모르겠다. 아니 약간은 곤혹스럽다. 자아라는 게 그렇게 쉬운 녀석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까지 우리는 인도의 갠지스나 아이슬란드의 오로라로 자아를 찾는 여행을 떠나지 않았던가. 거기에서도 찾기 힘든 자아를 심지어 둘씩이나 발견하여 분리해야 하다니, 그런 게 가능할 리 없지 않은가.

차라리 두 가지 자아라는 거창한 말 대신 ‘캐릭터’라는 용어를 쓰면 조금 말은 된다. 말하자면 나는 시인이라는 캐릭터와 편집자라는 캐릭터를 모두 운용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이를 두고 ‘부캐’라 부르기도 한다. 본래의 이름과 직업과는 다른 정체성으로 다양한 재능과 관심사를 발현하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은 트로트 가수, 음반 제작자 등 다양한 캐릭터를 각기 다른 이름으로 소화한다. TV가 아닌 실제 삶에서 누군가는 낮에는 회사원이고 저녁에는 유튜버가 된다. 혹은 겉으로 성실한 직장인이나 속으로 가상화폐 투자자거나.

캐릭터가 둘이든 셋이든 그의 자아는 하나일 것이다. TV 속에서 여러 이름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유재석이 결국 국민 코미디언 유재석이듯, 자신의 캐릭터를 얼마간 늘리든 그 캐릭터 안에는 한 사람의 자아가 있다. 앞서 말했듯 이 자아라는 게 발견하기도, 유지하기도, 아껴주기도 참으로 어려운 녀석이라 문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잘 모르겠다. 하루하루 주어진 일과 닥치는 일에 치이다 보면 자아, 그런 게 다 무어냐는 생각부터 든다. 게으른 시인, 일희일비하는 편집자, 노심초사하는 가장, 사회인 야구팀 외야수 등등의 캐릭터를 소화하느라 자아 같은 건 정말로 북극해 오로라가 있는 곳으로 보내버린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자아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인간이기에 “나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은 태곳적부터 지금까지 유효하다. 그렇다면, 당신의 자아는 안녕하신가? 흔들리는 캐릭터 속에서 내 자아의 향이 느껴진다. 거기에 캐릭터가 아닌 진짜 삶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서효인 시인·출판사 안온북스 대표